"정례화된 기구 없이 상황 대처…국민 합의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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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미 예고됐던 ‘버스 대란’을 간과하다 뒤늦게 노사 중재에 나서는 통에 국민들은 피로감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례화된 ‘대중교통 요금 인상위원회’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2일 “이번 버스 파동처럼 이슈가 됐을 때만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 52시간 논의 직후 버스 업계의 사정은 예측이 가능했다”며 “정부는 그 시기부터 예측 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도록 상황을 이끌어 왔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들은 버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문제가 터진 뒤 대처에 나선 정부의 모습을 모두 바라봤다”며 “문제가 터진 뒤에만 나서고 심지어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정부가 보여준 꼴”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버스 업계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부랴부랴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를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보다 이틀 앞선 12일 요금 인상 논의를 본격화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한 불만 껐을 뿐 근원적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주 52시간 도입을 앞두고 지난 1년여간 버스업계와의 대화에 소홀했고 뒤늦게 파업을 막기 위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처럼 ‘발등의 불끄기식 행정’으로는 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위원회’ 설치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가 마련돼야 이번 같은 파업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이 경제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보다 싼 편이라 앞으로 요금을 올려야 할 여지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어떻게 올릴 것인지가 중요한데 ‘대중교통 요금 인상위원회’ 같은 정례화된 기구 없이 상황 대처 방식으로만 요금이 오른다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대중교통 요금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에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처럼 공식적 기구를 만들어 합리적인 요금 인상 논의를 해왔다면 이번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