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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새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종합부동산세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주택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주무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해에는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시장과 업계에서는 과열 조짐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오히려 정책의 신뢰도를 하락시켜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에 ‘내성’이 생겨 정책 발표 때만 잠잠할 뿐, 지나고 나면 또 오를 것이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 놓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30대들이 부모나 주변 자금을 총동원해 집을 사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올라선 것도 이같은 심리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체 거래량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4배가량 늘어났는데 가장 매수 비율이 높아진 것이 30대였다.
세금·대출·청약·공급 대책을 총망라한 12.16대책은 강남권의 수요를 억누르지만 비강남권과 수도권 9억원 미만 아파트의 상승세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그동안 아파트값이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갭 메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10%) 대비 0.08% 올라 상승폭이 둔화됐다. 특히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10%에서 0.07%로 변동률이 0.03%p 줄었는데, 송파구는 0.15%에서 0.07%로 상승폭이 절반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의 수요가 늘고 있는 자치구는 오히려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영등포구는 0.19% 올라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대폭 커졌다. 강북구(0.08%→0.09%)도 오름폭이 커졌다. 관악구(0.15%) 은평구(0.06%) 서대문구(0.04%) 등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부가 9억 이상의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책을 세움에 따라 규제를 덜 받는 9억원 미만 또는 수도권·지방 아파트로 투기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다시 서울 전 지역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의무거주기간 추가 확대 등의 추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일이 벌어진 다음에 정책이 발표되어 ‘뒷북’만 친다는 점이다. 실질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동산의 경우, 주택수요자들의 민감한 심리가 작용하는데 정책이 눈치보기를 하며 ‘찔끔’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정책 신뢰가 떨어지고 불안심리가 작동하고 투기세력들은 이를 악용해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이해가 된다.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과거 ‘세금폭탄론’ 같은 비난 여론이 비등해질 수 있고 보수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부분 등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부동산정책 방향은 서울 강남에만 집중된 억제 정책으로 결국 풍선효과가 나타나 다른 지역의 상승을 부추기거나 양극화만 가져왔다. 이제는 균형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지방의 균형, 투기수요와 무주택자 수요의 구분, 다주택자 불로소득에 대한 세제 형평성 제고, 무주택자의 대출지원 등 섬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