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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공 영면에 들다... 엘리자베스 英여왕은 이제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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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1. 04. 18. 16:46

필립공 장례식
17일(현지시간) 필립공의 관이 실린 랜드로버 차량 뒤에 왕족들이 따라 걷고 있다. /제공=AP연합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력자인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이 런던 교외 윈저성에서 열린 장례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필립공은 74년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곁에 머무르며 역사상 가장 오래 봉사한 배우자로 기록을 세웠다.

AP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오후 100세 생일을 약 두 달 앞두고 생을 마감한 필립공은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 지하의 왕실 묘지에 안치됐다.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약혼 당시 그리스와 덴마크의 왕자 신분이었던 필립공은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였다. 그는 모국에서 쫓겨난데다가 누나들이 독일인들과 결혼하면서 2차 세계대전으로 곤두선 영국인들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후 결혼을 위해 그리스와 덴마크 왕위계승권을 포기하고 영국인으로 귀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영국인들은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필립공은 2017년 은퇴하기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의 공식 행사를 따라 다니고 수백 개 자선단체를 지원했다. 특히 필립공은 20여 년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도 손수 기획했는데 운구에 쓰일 차량인 랜드로버도 2003년부터 16년간 개조를 진행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필립공의 죽음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홀로 영국 여왕의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BBC는 그녀가 “삶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심정을 밝혔다고 전했다.

장례식에는 여왕과 자녀 등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척 30명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영국 정부가 야외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인파가 모일 만한 시신 참배 등의 행사도 생략됐다. 장례식은 TV와 라디오로 중계됐다.

그렇지만 수백 명의 사람들은 윈저 성 외곽 거리에 줄을 서 애도를 표했다. 일부는 왕실의 사진이 담긴 맞춤형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유니언 플래그 판초를 입은 한 시민은 “국가에 봉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장례식이 사이가 좋지 않은 해리 왕자와 형인 윌리엄 왕세손이 화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모았다. 2020년 이후 처음 만난 두 형제 공식석상에서 첫 대면으로, 장례식 후에는 윌리엄 부부와 해리 왕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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