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정은 ‘ICBM 노림수’는 대미 핵 협상력 강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324010014430

글자크기

닫기

이석종 기자

승인 : 2022. 03. 24. 19:54

비핵화→핵군축 협상 전환 노린듯
한반도 정세 출렁…남북관계 험난
일각선 신·구 권력 갈등조장 분석
001 현무Ⅱ
우리 군이 24일 오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대응 차원에서 현무-Ⅱ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제공=합참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쏘면서 ‘레드라인’을 넘었다. 이에 우리 군은 현무-Ⅱ 등 다양한 미사일을 동원해 대응 사격에 나섰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대미 협상용’ ‘신구 권력 갈등 조장을 위한 대남 전술’ ‘내부결속용’ 등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이날 ICBM 발사는 올해 들어 12번째이자 지난 20일 오전 평안남도 숙천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한 지 나흘 만의 무력시위다. 특히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16일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이은 네 번째 ICBM 발사다. 지난 16일 발사에서 실패한 북한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쐈을 가능성과 함께 이미 개발한 다른 종류 ICBM의 탄두 중량을 높여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002 ATACMS
우리 군이 24일 오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대응 차원에서 에이테킴스 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제공=합참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지난번 발사에 실패한 ‘화성-17형’ ICBM을 다시 쐈을 수도 있지만 이미 개발한 ICBM의 탄두 중량을 높이기 위해 시험발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이미 북한은 지난 2017년 시험발사한 ‘화성-15형’을 통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다”며 “이번 발사는 미사일의 사거리 보다는 다탄두 미사일 개발을 위한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은 2017년에 발사한 ‘화성-15형’보다 약 1700㎞ 더 높게 상승했고, 120㎞ 더 멀리 비행했다”며 “따라서 2020년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모형을 공개했으나 그동안 시험발사하지 않은 ‘화성-17형’ ICBM이나 ‘화성-15형’의 개량형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의 고도와 비행거리 등을 고려할 때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다면 1t 이하의 탄두 중량으로 1만 5000㎞ 정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탄두 미사일이기 때문에 탄두 중량이 더 나갈 수밖에 없는 ‘화성-17형’ ICBM으로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비행 능력을 테스트한 것인지는 북한의 발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성-II 함대지미사일 발사 사진
우리 군이 24일 오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대응 차원에서 해성-Ⅱ 함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제공=합참
일각에서는 이날 북한의 ICBM 발사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향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혼란스러운 시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대미협상의 성격을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바꿔 협상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지금이 자신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커진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방력 강화로 향후 대미협상을 비핵화에서 핵군축 협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협상력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남한의 신·구 권력간 갈등상황을 부추기기 위한 대남전술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발사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보 공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대비태세를 시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외에도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북한은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가 장기화하며 악화한 민심을 다독이고 내부 결속을 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특히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4월 11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4월 13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 25일) 등 대형 기념일이 집중된 만큼 군사적 성과로서 내부에 선전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에서는 1만 명 이상이 동원돼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ICBM 추정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TV 화면에 북한이 이날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한·미 정부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차례 ICBM 시험발사와 관련한 평가내용을 공개하며 이례적으로 ‘사전 경고’를 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날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으로 규정한 만큼 향후 한·미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 군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현무-Ⅱ 등 지해공 합동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이석종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