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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미착용 女 사망’에 항의시위 빗발…인명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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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2. 09. 20. 13:37

IRAN-WOMEN/ <YONHAP NO-4492> (VIA REUTERS)
이란 신문에 지난 16일(현지시간) 사망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이 실린 모습. 아미니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돌연사했다./사진=로이터 연합
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0대 여성이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숨지면서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빗발치고 있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5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속출해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Hengaw)'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이란 쿠르디스탄주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현재까지 총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헹가우는 또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최소 75명이 부상했다고 밝히며 무력진압을 비난했다.

쿠르디스탄주는 지난 16일 사망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이다. 아미니는 13일 테헤란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고, 조사과정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사흘 후 돌연사했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지 않았으며 구치소로 끌려가던 중 폭행을 당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미니의 사망소식 이후 쿠르디스탄주를 시작으로 수도 테헤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 북부 라슈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사흘째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경찰은 산탄총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말 물 부족 사태로 촉발된 거리 시위 이후 최악의 소요사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제한된 지역에서 시위가 발생해 다수의 참가자가 체포됐을 뿐이라고 보도하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부정했다.

한편 미국 정부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란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뒤 발생한 사망 사건은 인권에 대한 끔찍하고 지독한 모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여성들은 폭력이나 괴롭힘 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착용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이란은 기본적인 자유를 행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 사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에게 예외 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란 여성들이 복장 규제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달 중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히잡 착용을 엄격하게 하는 새 법령에 서명했다. 새 법령에는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면 6개월에서 1년간 사회적 권리를 박탈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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