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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잠수함 산업은 조선소를 중심으로 1차 밴더 기업들만 100여개가 넘으며, 2차 밴더들까지 도합 수백여개 기업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형 잠수함 산업 생태계를 고민을 할 때가 됐다. 잠수함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국가가 원하는 적정 수의 잠수함을 확보한 이후 어떻게 잠수함 설계·건조 전문인력, 생산시설을 유지하는가다.
일본은 1976년 '장기국방계획 51대강'에 따라 16년마다 매년 1척을 취역시키고 1척을 퇴역시키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가와사키와 미쓰비시 중공업 조선소에서 교호로 건조해왔다. 이 정책은 군사적 측면에서 '잠수함 치장으로 위장해 유사시 가용 잠수함 척수를 늘리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2개 조선소에서 매년 교호로 건조함으로써 설계·건조 전문인력과 생산시설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뿐 아니라, 2016년 호주 잠수함 사업 수주전과 같은 해외 수주 시에는 양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네덜란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잠수함을 건조함으로써 잠수함 설계 및 건조기술 유지에 집착해온 국가다. 독일은 현재 TKMS 조선소 1개를 운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엠덴조선소를 자회사로 두고 자회사가 일부 섹션을 건조케해 최종적으로는 TKMS조선소에서 조립생산 하고 있다. 독일은 국내수요보다는 수출에 전력하면서 설계인력을 300명 선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항시 1.5척의 잠수함 설계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300명 중 절반은 10년~20년 경험자, 절반은 5년이상 경험자로 구성해 지속적인 잠수함 설계·건조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1966년부터 지금까지 18개국에 170여척의 잠수함을 수출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핵 추진 잠수함만 10여 척을 운용하고 있다. 수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잠수함 설계·건조 전문인력과 생산시설유지에 애로사항이 많다. 현재 잠수함 건조 조선소는 BAE Systems 1개를 운용하고 있다. 잠수함 설계인력 200~300명을 유지하기 위해 드레드노트급 차기 잠수함개발계획을 10년 전부터 발표했고, 그 계획에 안정적인 설계인력 양성을 목표로 '잠수함 아카데미'를 포함시켰다. 또 수출 효과와 대등하지는 않지만 호주와 '오커스동맹'을 맺어 호주 핵 추진 잠수함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선진국들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일본처럼 국내소요는 2개의 조선소에서 교호로 건조케하고 해외시장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필요가 있다. 잠수함 수명을 일본과 같이 16년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처음 정했던 25년 정도로 지키는 방안도 고려해야한다. 독일처럼 TKMS 잠수함건조 조선소 1개를 유지하되 필요시 자회사를 두고 수출에 올인하는 정책도 권고할 만하다. 영국처럼 잠수함사업이 단절되지 않도록 최소 10년 전부터 차기 잠수함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공개하고 설계인력양성을 위하여 '잠수함 아카데미'를 설치 및 운영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안정적인 잠수함 산업기반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환상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영국처럼 최소 10년 전에 새로운 모델의 잠수함 건조계획, 성능개량계획, 퇴역계획 등을 투명하게 발표하고 준수하도록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25년 정도 운용 후 성능이 양호한 중고 잠수함은 수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잠수함 부품, 구성품 개발업체의 수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조선소는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더불어 해외 수출시장 개척에 전력을 다하고, 조선소 협력업체들은 개발한 부품, 구성품을 국내에만 공급하지 말고 독일처럼 해외판로도 개척하기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