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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 수 없는 수평선 너머의 새로운 세계…레이코 이케무라 ‘Light on the Horizon’ 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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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나 기자

승인 : 2024. 03. 04. 17:29

레이코 이케무라 [Light on the Horizon] 전시 포스터./ 헤레디움
대전의 대표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HEREDIUM)은 4월부터 8월까지 레이코 이케무라(Leiko Ikemura, b.1951) 개인전 《Light on the Horizon》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레이코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로, 신표현주의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b.1945)에 이어 헤레디움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두 번째 현대미술작가 개인전이다. 

레이코 이케무라는 1979년 스위스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40년간 전 세계 29개국에서 500회 이상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대미술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파리의 퐁피두 센터(Centre Georges Pompidou), 스위스의 바젤 미술관(Kunstmuseum Basel), 일본의 도쿄국립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Tokyo) 등 저명한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스위스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화교류의 융합과도 같은 작가의 생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이질적인 분야를 통합해 낯선 상상의 공간을 탄생시키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해안가에서 자란 작가에게 ‘바다’란 더없이 익숙한 곳이지만, 어느 날 도카이선 열차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경하고 강렬했다고 전한다. 태초의 기억과도 같았던 그날의 경험은 레이코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남았고, 수평선 너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은 그녀만의 예술의 원천이 됐다.

이번 전시는 레이코에게 매우 중요한 예술적 모티브가 된 수평선(Horizon)을 소개한다. 헤레디움은 수평선 위에 빛이 내려앉는 순간(Light on the Horizon)을 조명하며, 레이코와 함께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본 전시에서 소개되는 회화 작품으로는 (2014/17), (2018) 등의 ‘코스믹 스케이프’가 있다. 레이코 이케무라가 2010년대부터 제작한 동양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이 표현된 대형 산수화이다. 비현실적이고 무한한 공간감을 가진 배경과 인간·동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상은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세상 너머 존재의 내면세계를 표현한다. 다양한 색과 쐐기풀ž황마ž종이와 같은 자연적 소재를 사용해, 색의 입자가 퍼지는 형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존재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설치 작품 <토끼 관음상>(Usagi Kannon (340), 2022)도 소개될 예정이다. 풍성한 치마를 입고 손을 모은 사람 모습과 토끼 머리 형상이 융합된 이 작품은 인간·동물의 모습과 불교·기독교 도상이 종합적으로 구현됐다. 작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자력 유출로 인해 선천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토끼에 관한 기사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보편적인 애도의 상징으로 토끼 귀와 우는 사람의 얼굴을 결합시킨 이 작품은 창조와 파괴의 순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지구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발렌시아(Valencia), 쿤스트 뮤지엄 바젤(Kunstmuseum Basel) 등 세계적인 공공장소와 기관에 변형 버전이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1990년 이후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발전한 레이코의 유리 조각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혼성성의 다양한 측면을 표현한 이 작품군은 인간·동물 또는 동물·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이 근본적으로 공존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유리 조각품의 몸체 안에서 빛을 포착하고 담아내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희망에 가득 차게 됐다고 설명한다.

레이코 이케무라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하는 매력은 헤레디움의 특수성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헤레디움은 1922년에 만들어진 구 동양척식주식회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복원한 건물이다. 근대적 문화유산이라는 과거의 공간에서 동시대적인 다양한 현대미술을 만남으로써 관람객은 시공간의 확장과 융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작가의 지난 10년간의 최신작으로 구성해 ‘현재’와의 명확한 연결성을 확립했다. 
장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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