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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충격 속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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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4. 14. 17:50

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이번 총선 결과는 여러 가지로 충격이었다. '192 대 108'이란 압도적 여소야대 구도도 충격적이지만, 진짜 충격은 범죄피의자로 2심 재판에서 2년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신당을 창당해 바람을 일으켜 12석의 제3당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김준혁, 양문석 등 국민 눈높이에 도저히 맞지 않는 막말과 처세를 한 사람들이 지역구에서 당선됐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충격이다. 이들에게 표를 몰아준 민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한동훈은 비대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판단은 옳다'고 했는데, 한국 정치는 언제부터 옳은 쪽이 선택되지 못하고 선택된 쪽이 옳은 것이 되는 전도된 사회가 된 것일까?

충격은 공포와 패닉을 가져오고 공포와 패닉은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만연시킨다. 지금 여권의 상황이 그렇다. 국민의힘 당선자들 중 일부가 벌써부터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무작정 협치와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해는 간다. 참담한 선거 결과 앞에선 누군가 희생양이 돼야 하고, 그 희생양에 윤석열 대통령만큼 맞춤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런 식의 투기적 방식(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 던져버리는 자포자기)으로는 국면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용기도 아니고 전략적 승부수도 아니다. 패배의 쓰나미에 휩쓸려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허우적거림일 뿐이다.
한덕수 총리를 사퇴시키면 현실 가능한 대안이 있는가. 대통령이 누굴 차기 총리로 지명하든 192석의 반(反)윤석열 세력은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협치형·통합형 총리란 이들 192석의 반윤석열 세력이 사실상 지명하는 거국내각 총리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인사권 훼손이고 대통령 국정 운영 주도권의 완전한 포기로 귀결될 것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여야 영수회담'도 의제 없이 그저 만나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대 정권에서 이루어진 여야 영수회담이 더 큰 갈등을 촉발했던 경험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가장 황당한 요구는 내용과 대안 없는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 요구다. 취임 후 대통령이 가장 공들인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구축을 중단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교육·복지·의료 개혁을 중단하라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과학·기술 강국과 민생현안 챙기기를 그만두라는 것인가.

아마도 이들의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그중에서도 야당과의 소통, 당정대 소통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는 것일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해 제기된 정무장관직 신설에는 적극 공감한다. 야당과의 소통통로를 상설화하고 급을 격상시키자는 의미라면 그렇다. 그러나 당정대 소통문제만 하더라도 이것이 어디 대통령만의 문제인가? 집권 후부터 진행한 도어스테핑이 왜 중단됐는지 벌써 잊어버렸는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참패에 얼이 빠지고 기가 꺾여 지레 위축돼 버린다면 공포의 전염과 집단패닉을 피할 수 없고 그 결과는 자멸이다. 충격 속에서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3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통수권자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 108석이라도 똘똘 뭉치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둘째, 윤석열표 개혁 기조를 지켜야 한다. 노동·연금·교육·의료 4대 개혁은 대한민국이 정상 국가로 돌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과제다.

셋째, 국정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 아무리 국회를 192석의 반윤석열 세력이 장악해도 대통령중심제인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의 중심축은 대통령과 여당이다.

이 3가지를 지켜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 요건이다. 이걸 못 해내면 여당은 더 이상 여당이 아니고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선제적 쇄신을 질서 있게 추진함으로써 국정 중심성을 확보하는 것. 이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주어진 지상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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