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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쉽게 씁시다] ④“‘시루떡 문장’ 이제 그만”…법원도 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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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 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5. 07. 17:30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서 청소년 위한 쉬운말 판결문 '눈길'
법원행정처 '판결문 적정화 참여 재판부' 모집하며 본격화
"법원, 국민들의 입장 생각한 판결문 작성 위해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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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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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 학생에게 당부와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한참 어린 사춘기 학생에게 어른처럼 감정을 다스리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본 사건의 판사들 또한 그러한 시절이 있었고, 여타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올해 1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봉사시간 등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일반적인 사건과 다르게 '청소년인 원고를 위해 쉬운 말로 정리한 판결의 내용과 당부'를 판결문에 박스형태로 명시했다.

당시 강 부장판사는 "사건 당사자는 원고 학생 본인입니다. 본인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충분히 알고 이해한 후 그 일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라며 단순 선고를 넘어 판결문을 읽게 될 원고를 위해 조언과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가 이끈 행정11부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이지 리드 판결문'을 처음 시도한 곳이기도 하다.

7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 차원에서도 '행정11부'와 같이 판결문 쉽게 쓰기에 앞장설 재판부 찾기가 시작됐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법원 내부 코트넷에 공지를 내고 오는 24일까지 판결서 적정화 시행에 참여할 재판부를 모집 중이다. 본지의 '판결문 쉽게 씁시다' 기획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나온 반가운 소식이다.
법원행정처는 향후 △민사·가사 중 단독 사건 및 그 항소심 사건(민사 소액사건 포함) △항소율 및 파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건(대여금, 제3자이의·청구이의, 매매대금, 양수금, 배당이의) △사건 수가 많고 비교적 정형적인 사건(건물인도·철거, 사해행위취소, 자동차사고 손해배상, 임대차보증금)에 한해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 작성을 위한 적정화에 나선다.

해당 공지에는 기존에 논의됐던 '민사·가사 판결서 적정화' 예시도 첨부됐다. △완결된 문장 대신 개조식·나열식 작성 △기초사실 기재를 생략하고 쟁점 및 이에 대한 판단만 기재 △크게 다툼이 없는 기초·인정사실의 경우 별지로 대체 △당사자 주장을 제목으로 대체 △주장하는 항목이 많을 경우 표로 정리해 간단히 기재 방안 등으로 이를 기초로 보다 창의적인 방안까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완결성을 위해 문장으로 쓰다 보면 '그런데' '그러나' '그리고' 와 같은 접속사가 많이 들어가는데, 보고서 형태로 나열해 적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라며 "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니 작성도 수월하고, 읽는 사람도 가독성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시도 중인 판결문 적정화가 판사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일반인의 사법접근성 향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객관적·중립적 용어가 있는데도 굳이 난해한 한자식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이를 위한 일괄적 기준과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의 문유진 변호사(판심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는 "판사 재직 시절에 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이 갱신됐다'고 법정에서 말하면서도 '판사가 바뀌어서 다시 재판을 살펴본다는 뜻입니다'라고 설명해 준 적이 있다. 또 판결문에서도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하기보다는 '권리를 빼앗겼다'는 조금 더 쉬운 표현을 쓰는 것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결국 법원이 현재 쓰이고 있는 어려운 용어를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꿔 쓸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민법의 경우 오래된 법일수록 한자어 등이 개정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더욱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때문에 입법적으로 낡은 법률 용어들이 정비되고 다음으로 판사들이 판결문에서 문장을 최대한 짧게 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판사 출신의 박나리 법무법인 대륜 최고총괄변호사는 "'시루떡 문장'이라고도 하는데 '~점, ~점, ~점, ~점을 종합해 보면 ~라고 판단된다'는 식으로 여러 개의 문장(심할 때는 한 페이지를 넘기도 함)을 겹쳐 쓰는 식의 문단 구성을 지양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판결문을 짧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자는 시도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법원에서 국민들의 입장을 생각한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사법 신뢰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세영 기자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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