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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로 변질된 군기훈련… “간부들 규정 안지키면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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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혁 기자

승인 : 2024. 05. 29. 17:55

체력따른 방법·횟수 고려 법적 명시
얼차려 훈련병 순직… 군 실태 민낯
건강이상 보고받은 간부 조치 안해
"은폐 후 사건 되풀이" 비판 목소리

엄정한 군기(軍紀)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실시되는 군기훈련(얼차려)이 종종 가혹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최근 발생한 훈련병 순직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집행간부들이 관련 규정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군기훈련은 애초에 '얼차려'라는 표현으로 각군 규정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얼차려는 군사훈련 목적보단 대상자에 대한 제재의 수단이라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 군의 규정에만 있는 것으로 안 된다는 판단으로 2020년 5월 27일 법률로 규정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근거를 만들면서 얼차려라는 표현도 군기훈련으로 바뀌었다"며 "군에서 군기확립을 위해 얼차려의 필요성이 요구되지만, 적어도 인권 침해를 하지 않게 하라는 취지로 법이 제정됐다"고 말했다.

군기훈련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8조의2항에 명시돼 있다. 법령에 따르면 군 지휘관은 군기의 확립을 위해 필요한 경우 엄격하게 제한된 해당자를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군기훈련은 공개된 장소에서 훈련대상자의 신체상태를 고려해 체력을 증진시키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시해야 한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의 명령을 받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실시할 수 있다. 군기훈련의 종류 및 방법, 군기훈련 실시 결과 보고의 절차, 그 밖에 군기훈련의 실시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다.

육군 규정엔 군기훈련을 부여하는 자는 피교육자의 병영생활 상태와 체력수준을 고려해 군기훈련 방법과 횟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정해놨다. 특히 육군규정은 군기훈련 시행은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인간적인 수치심을 느끼거나 가혹행위(고통)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군기훈련은 보통 야전부대에 배치된 현역병들에게는 사라진 행태다. 각 부대에서는 군기훈련보다 휴가 제한 등 행정제재를 통해 부대원들을 통제한다.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순직사고는 신병교육기관에 얼차려 통제 문화가 아직까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고는 군기훈련이라는 명분으로 훈련병 괴롭히기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사망의 이유가 신병교육대대 중대장과 간부가 훈련병 A씨의 건강 이상을 보고받고도 무시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해당 간부들이 군기훈련 규정에 대해 잘 알았다면 '신체상태를 고려해'라는 법 조항에 따라 건강 이상 시 곧바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상징후도 살피지 않은 채 꾀병으로만 치부하고 규정을 넘어선 군기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완전군장하고 뜀걸음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는데 지켜지지 않아 사망사고가 났다. 군은 법 규정을 만들어 놓고도 현장점검을 하지도 않으니 이런 사고가 벌어진다"며 "군은 이 같은 사건이 생기면 확실히 문제화해서 지휘관 등에게 경각심을 심어줘야 하는데,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니 가혹행위가 자꾸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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