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조성준의 와이드엔터] 지난달 잘 나갔던 韓영화? 웃을 수 없는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15010007760

글자크기

닫기

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6. 16. 11:01

코로나19 펜데믹 동안 바뀐 관객 성향 못 쫓아가…각고의 노력 절실
와이드엔터
장기 흥행중인 '그녀가 죽었다'(왼쪽 사진)와 14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손석구 주연의 단편 '밤낚시'는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 산업에 일종의 힌트를 제시한다./제공=콘텐츠지오·아티스트스튜디오·무빙픽쳐스컴퍼니, CJ CGV
basic_2021
지난달 한국 영화 매출액 점유율과 관객 수 점유율이 각각 64.2%, 64.9%로 역대 5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하기 어렵다. 이 수치는 '범죄도시4'의 싹쓸이 흥행과 외화들의 총체적 부진에서 비롯된 일종의 '착시 효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범죄도시4'의 지난달 매출액은 593억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영화 전체 매출액(705억원) 가운데 무려 84%를 차지했다. 외화 시장은 마블 영화가 없었던데다 '스턴트맨'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등 기대작들이 줄줄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초부터 한국 영화 산업은 '파묘'와 '범죄도시4'의 연이은 흥행 성공에 힘입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쇠약해졌던 체질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유행 이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게 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한 제작자는 "코로나19로 한국 영화 산업이 가동을 멈춘 동안,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의 태도와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영화로 밥 벌어먹는 우리만 그걸 모르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우선 특정 배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영화일수록 예전보다 더 심하게 망하는 추세가 강해졌다. 지난해 9월과 최근 차례로 개봉한 '첸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과 '설계자' 등 강동원 말고는 홍보 포인트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참패한 걸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마동석이 북 치고 장구 친 '범죄도시4'가 있지만, 내리 1000만 관객을 달성했던 2편과 3편의 강력한 후광을 등에 업고 출발한 프랜차이즈물이란 점에서 강동원의 주연작들과 경우가 다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췄어도 마무리가 확실하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현상도 더욱 심해진 듯싶다. '원더랜드'가 흥행에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더랜드'는 비교적 섬세한 만듦새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새로운 가족의 형태 혹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 생사의 경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묵직하게 던지지만, 용두사미 느낌의 흐릿한 결말이 이를 다소 무색하게 만든다.

반면 '그녀가 죽었다'의 흥행과 손석구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단편 '밤낚시'의 극장 개봉은 한국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와 관련된 일종의 힌트를 제시하는 듯 싶다.

방대한 분량의 OTT 드라마가 대세인 요즘, '그녀가 죽었다'는 몇몇 결점에도 100분 남짓한 러닝타임으로 극장용 영화 본연의 압축적인 재미를 제공했다는 호평을 서서히 이끌어냈다. 그 결과, 상영 한달여만에 100만 고지를 뛰어넘어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4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밤낚시'는 상업적 접근 방식이 꽤 신선해 보인다. 13분 분량의 단편이란 점을 고려해 관람료를 1000원으로 책정해서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인데, 요즘의 한국영화가 관람료 1만5000원(성인·일반 상영관 기준)의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으로도 읽힌다.

영화 말고도 볼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굳이 돈 써 가며 극장 가 표 끊고 팝콘과 음료수 사 먹지 않아도, 내 방에서 OTT와 유튜브로 다양한 형태의 영상물을 밤새도록 즐기는 시대다. 아쉬울 거 하나 없는 지금 관객들은 한국영화에 무엇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까? '이 배우에 이 정도 내용이면 봐 주지 않겠어?'란 생각으로 관객들을 대하는 영화인들은 과연 없을까? 관객들을 위한 진짜 '영화다운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조성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