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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기업도 ‘전기차 포비아’ 진화…“관건은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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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4. 08. 13. 16:14

확실한 기술적 예방책 없는 상황에서 ‘공포’만 커져
전기차 사진 연합뉴스
8일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정부와 관련 산업계가 공포를 진정시키기 위한 진화작업에 돌입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처할 마땅한 규정이나 기술적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과열된 공포 심리를 우선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기차=시한폭탄' 급한불부터 끄자…"내달 종합대책"
13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차 안전관리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전기차에 대한 특별 무상점검 추진과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제작사가 공개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전기차 화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는 단계인 만큼 여론에 휘둘린 과잉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전기차=시한폭탄'으로 번지는 공포 심리부터 선제적으로 가라앉히겠다는 시급성이 반영된 대응이다. 이에 정부는 전문가 의견수렴과 관계부처 회의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조율한 후 다음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우리 사회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과잉 심리'가 발동한 상황이다. 주요 자동차 회사에는 배터리 안전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전기차를 보유한 시민들이 중고차 시장에 내놓은 매물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마다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두고 실랑이도 벌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선 확산하는 '공포 심리'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보다 화재 가능성이 낮고, 위험수준이 비슷한데도 과학적 근거보다 '배터리 터지면 어쩌나'라는 심리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화재 발생 빈도만 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낮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차량 등록 대수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1.32건)가 내연기관차(1.47건) 보다 더 적었다.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부상자는 13명이었고, 사망자는 1명도 없었다.

◇車업계 '배터리 제조사 공개' 발빠른 진화 나서
주요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전기차 13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전격 공개한데 이어 12일에는 기아(7종)와 BMW(10종)도 배터리 제조사를 밝혔다. 인천 화재 사고의 차량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불안감 해소가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기술 단계가 '화재 0%'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시민들의 불안을 우선 가라앉힌 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신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두선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해 과열될 경우 부피가 팽창해 폭발할 수도 있다"면서 "'반(半)고체' 배터리는 액체전해질보다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진일보한 효과가 있어 빠르게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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