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온 '조커: 폴리 아 되'는 남녀 주인공인 '조커'(오른쪽 세번째)와 '할리 퀸'(왼쪽 다섯번째)이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비슷한 증상의 정신질환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2년 전 지하철에서 세 사내를 죽이고 직장 동료를 살해한데 이어 생방송 TV토크쇼 도중 유명 사회자 '머레이 크랭클린'(로버트 드니로)의 목숨까지 빼앗아 고담시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광대 '아서 플랙'(호아킨 피닉스)은 최종 재판을 앞두고 아캄 수용소에 갇힌 채 교도관들의 학대와 무시를 견뎌가며 무기력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수용소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리 퀸젤'(레이디 가가)은 '아서'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악의 존재 '조커'를 다시 깨운다. 이 과정에서 본인 역시 각성하며 '할리 퀸'으로 재탄생한 '리'와 '아서' 모두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 '아서'의 변호사 '매리앤'(캐서린 키너)은 최종재판 시작을 앞두고 '아서'에게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으려면 '아서'와 '조커'가 다른 사람인라는 걸 끊임없이 강조하라"고 조언하지만 '아서'는 '할리 퀸'과 함께 법정에서 '조커'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하는데….
속편의 고민은 늘 비슷하다.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감안한 전편과의 차별화 여부다. 장점은 이어받으면서 단점은 개선해 전편 이상의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줘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요구와 연출자의 작가적 야심이 약간의 불협화음을 빚기도 있다. 여러 개의 사회적 메시지가 섞이면서 1편에 비해 호오가 엇갈리고 있는 '베테랑2'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1일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는 어느 경우에 해당될까.
조커: 폴리 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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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폴리 아 되'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오른쪽 세번째)는 예상했던대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인다./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전편은 2019년 개봉 당시 한국에서만 525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0억7896만 달러(약 1조4095억 원)를 벌어들여, 올해 '데드풀과 울버린'이 등장하기 전까지 R등급(17세 미만은 보호자나 성인 보호자의 동반이 필요한 등급)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보유했었다. 또 코믹스에 기반을 둔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개봉 이듬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호아킨 피닉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이 같은 성공이 연출자인 토드 필립스 감독에게는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예술적 자신감을 심어준 듯하다. 따라서 전편의 폭력성과 사건 진행 속도를 상당 수준 낮추는 동시에 몽환적인 느낌의 뮤지컬을 접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을 법 하다. 프랑스어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a deux)의 뜻처럼 극중 두 남녀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비슷한 증상의 정신질환을 공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려 한 시도의 일환이었을텐데, 문제는 이로 인해 전편의 여러 장점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사회적 불평등과 냉대,정신적 결함을 견디다 못해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내가 어렵게 발견한 자신의 악마성을 어떤 식으로 발현해갈 지를 기대했던 대부분의 관객들로서는 다소 난감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질 대목이다.
전편에 이어 또 다시 20㎏ 이상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진 피닉스의 연기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1편보다 기괴한 느낌은 살짝 덜해진 반면,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횟수는 더 잦아졌다. 충격적인 엔딩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여겨진다.
레이디 가가는 연기와 노래, 춤과 악기 연주까지 모두 가능한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다양한 장점들을 유감없이 쏟아낸다. 그러나 정작 '조커'에 버금가는 '할리 퀸'만의 어두운 본성을 폭발시키는 정도까지는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