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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하인드] ‘국위선양’ 주장한 황의조…‘1분만 달라’ 호소한 피해자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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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 박서아 인턴 기자

승인 : 2024. 10. 16. 17:30

16일 공판서 황의조 돌연 혐의 인정…檢 4년 구형
피해자 변호인 법정 출석했지만 法 "의견서로 내라"
黃 "국위선양, 선처 바래"…법조계 "양형에 영향小"
'불법촬영 혐의' 법정 향하는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관련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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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가 16일 처음으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씨가 지난해 11월 피의자 신분으로 첫 조사를 받은지 거의 1년 만이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지 3개월 만이다.

"연인 간의 합의된 영상이었다"고 줄곧 주장해 오던 황씨는 이날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한 이후 지체 없이 "잘못을 모두 인정한다"고 답했다.

돌연 혐의 인정…법조계 "불법촬영 사건에선 일반적"

돌연 입장을 바꾼 황씨를 두고 검찰은 "현재 공소사실을 인정하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부인해왔기 때문에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으며 과연 이 자백이 진심으로 마음에 우러나서 반성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 측 변호인 이은의 변호사도 "오늘 황씨가 범행을 인정할지 재판이 끝나버릴지 생각조차 못했다"며 "지금 와서 후회하고 반성하는 것은 피해자를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의 양형, 선처를 위한 제스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질타했다.
성범죄 전문 이승혜 변호사는 황씨의 태도 변화를 두고 "기소가 되면 비로소 증거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아마 황씨가 이 기록들을 보고 더이상 혐의를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며 "양형을 받겠다는 쪽으로 전환을 한 것 같다"고 유추했다.

신진희 성범죄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는 "보통 불법촬영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촬영을 했다는 건 대부분 인정하는데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 '동의한 줄 알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계속 부인해봤자 피해자를 불러 증인 신문을 해야하고, 그런 것들이 자신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그럴 땐 그냥 전향해서 '내가 동의없이 촬영했다'고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변호인 "마지막 재판…1분만 기회달라"

이날 재판부는 법정에 출석한 이은의 변호사에게 "의견서는 봤고, 이외에 추가 말씀만 하라"며 발언권을 줬다.

이 변호사는 "황씨가 지금껏 범죄 혐의를 부인하며 피해자에 대해 장기간 광범위한 2차가해를 저질렀고, 오늘 재판이 끝날 줄 예상 못했기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이를 대비하기 위한 내용만 들어갔다"며 변론을 시작했다.

이어 "불법 촬영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그 과정에서 황씨가 피해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해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말하자 재판부는 이 변호사의 말을 자르며 "기자들이 많이 와있는데 황씨가 피해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유포시킨 게 확인된 사실이냐"고 황씨 측 변호인에게 물었다.

황씨 측 변호인이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며 "이건 피고인의 재판이다"고 맞서자 이 변호사는 "이 재판이 끝나도 피해자의 심적 부담, 현실에서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이 자리에 누구보다 나오고 싶었는데 나오지 못한 사정과 입장을 고려해 1분 정도만 발언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다시 한번 "기자들이 많이 와있는데 확인되지 않은 말을 법정에서 변론하는 게 피해자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의견서를 추후에 제출하면 꼼꼼히 살피겠다"고 정리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 "신상정보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말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되묻고 싶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피해자의 직업, 연령, 신분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신분변동관계 등에 대해 (황씨 측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냐. 황씨와 교제한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사항들을 언론에 보도자료 명목으로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유포 피해뿐 아니라 전국민이 다 알게 되는 2차 피해로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진 상황인데 재판부는 피고인의 명예를 위해 언급조차 못하게 하는 게 맞냐"며 "피해자의 마지막 발언은 '1분 안에' 해야 하고, 그 마저도 하다가 끊겼다. 1심 마지막 기일인데 지난밤 한숨도 자지 못한 피해자에게 용기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저지를 놓고서도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혜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진술할 권리가 있고, 피해자 진술권을 피해자 대리인이 대신 행사를 하는 것이기에 보통 저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 역시 "법에 따라서 피해자 변호사가 의견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다"며 "다만 그 의견이 재판 진행에 지장을 줄 것 같다 하면 재판부가 의견서로 제출하라고 할 수도 있다. 의견 진술을 하겠다고 미리 신청을 했다면 그걸 고려해서 재판 일정을 잡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의견서 제출을 권고할 수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檢 4년 구형…"국위선양, 젊은 피고인 미래 고려해달라"

이 변호사는 "그나마 위안되는 것은 검찰이 4년을 구형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성폭력 처벌법 14조 1항에 해당하는 불법촬영 범죄의 법정형은 최대 7년이다. 다만 해당 조항은 2020년 5월 19일 개정된 것으로 이전에 일어난 불법촬영 건에 대해선 최대 5년이 적용된다. 황씨의 혐의는 2022년 6월~9월 저지른 것으로서 전자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선 꽤 높은 형이 구형된 편이지만 선고형량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신진희 변호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굉장히 주목을 받고 있는 범죄고, 유명 선수가 본인과 교제했던 여성을 상대로 이런 짓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비난 가능성이 큰 사안"이라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구형한 것 같은데 아마 선고에선 형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승혜 변호사 역시 "단순히 피해자의 수나 횟수에 비춰봤을 땐 통상적인 구형에 비해 다소 높은 형이 구형된 편"이라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 특정 가능성이 심한 점 등 여러 전반적인 사정들을 고려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황씨 측 변호인들은 이날 최후변론에서 황씨의 '국위선양'을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거듭 사죄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황씨는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활발히 활동하며 아시안컵 금메달에 크게 일조하는 등 국위선양해왔다. 젊은 피고인이 향후 축구선수로 복귀해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활동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 이후 "피고인은 국위선양하며 국민들에게 봉사했던 여러 기여가 있으니 선처해달라며 재판 일정, 선고 기일 등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모두 받아줬다"며 "피해자가 이전 기일의 변경 사유를 알기 위해 기록 열람·복사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허가조차 해주지 않아 그 이유를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는 무척이나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황씨 측의 '국위선양'이 양형에는 유의미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무법인 YK의 전문영 변호사는 "양형 참작 사유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피고인 측에서 강조할 수는 있겠으나 양형 참작에 유의미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신진희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국위를 선양했다'는 변명은 말이 돼지 않는다"며 "지금으로선 국위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에 가깝고, 본인의 직업적인 부분에 대해 재판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혜 변호사 역시 "피고인 입장에선 하나라도 양형 자료를 더 제출하고 싶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합의를 해준다면 이와 더불어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국위선양'만으로는 양형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김채연 기자
박서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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