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집파보기] 집 떠나고 싶어도 못떠나는 캥거루족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1010011078

글자크기

닫기

정아름 기자 | 장예지 인턴 기자

승인 : 2024. 10. 21. 10:27

보증금·월세 부담에 취업 이후에도 부모 못 떠나
부동산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집파보기
"월세 부담에 부모님 집으로 다시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 신모씨(25)는 학교가 있는 인천에서 독립했다가 지난달 본가인 경기 안양시로 돌아왔다. 그는 취업에 전념하기 위해 독립을 결심했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됐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인 저렴한 집을 수소문 끝에 구했으나 매달 70만 원 이상 나가는 생활비가 부담스러웠다.

"부모님과 살 때는 월 60만 원 정도 지출했는데, 독립을 하니까 한 달 지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다시 부모님과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신씨가 독립할 당시 돈이 많이 드는데 왜 굳이 독립하려 하느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고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며 "부모님 역시 청년인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캥거루족'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2012~2020년 청년 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만 25∼34세 청년 3명 중 2명이 캥거루족이었다. 2012년에는 62.8%였으나 2020년에는 66.0%로 3.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서울(709만 명)과 경기(933만 명)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들이 가장 많았다.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 이유는 월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0만 원대를 굳힌 지 오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지난해 1분기 69만 5000원에서 2분기 74만 원으로 뛴 뒤 3분기 71만 6000원, 4분기 72만 8000원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70만 원대를 유지했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월세에 돈부터 모으고 독립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게 요즘 부모들과 청년들의 평가다.

통계청이 올해 2월 발표한 2022년 기준 2030 직장인 평균 월급은 317만원이었다. 서울에서 자취할 경우 월급의 22%가 월세로 사라지는 셈이다.

캥거루족들도 캥거루족이라고 불리는 것을 듣기 싫어한다. 성인인데 아직까지 부모와 산다는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취업 준비생 성모씨(26·서울시 용산구)는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캥거루의 새끼처럼 어미 뱃속에 들어가 있다고 하는 거니까"라며 "저도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독립하고 싶어요. 근데 취업 준비생이 돈이 어디 있겠어요"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최근 캥거루족 연예인의 일상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청년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방송이 무슨 의도로 기획된 건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보게 될까봐 걱정돼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3년 차 직장인 하모씨(32)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그는 부모님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태어나서 현재까지 살고 있으며 근무지는 다행히 같은 구 사직동에 위치해 있다.

하씨는 현재 국가에서 지원하는 청년 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1순위 자격은 안 되지만, 차순위를 노리기 위해 '공공주택 알림이' 앱을 설치해 놓고 밤마다 확인하고 있다. 청년 전세임대주택의 1순위 자격은 생계·주거·의료급여 수급자 가구나 보호 대상 한부모가족 가구, 차상위계층 가구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자격 조건은 무주택 가구 구성원, 전년도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기준 120%(4인 가구 기준 989만 원) 이하다.

월 300만 원 중반대인 일반 직장인의 월급은 정부 지원 주택 소득 기준을 초과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러한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모씨는 설명한다. 그는 "정말 소득이 낮고 집안이 어려운 경우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며 "값싸고 좋은 시설에 들어가기는 더욱 어려워 신청하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고 푸념했다.

부동산에서 직접 집을 구하는 일은 공공주택을 알아보는 것보다 비용이 부담되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모씨는 "서울에서는 보증금이나 월세가 비싼 게 현실"이라며 "뉴스나 주변 사람들에게 전세사기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일반 부동산 거래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씨는 "부모님께서 농담처럼 '나이가 몇 살인데 이제 독립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무리하게 독립하는 건 반대하시는 입장"이라며 "독립이 단순히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아름 기자
장예지 인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