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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 ‘집권당 대표 정체성 가지라’는 말, 아프게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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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0. 24. 18:00

대통령실이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집권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지라고 일침을 놨다. 한 대표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한 대표는 전날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전제로 하지 않고 특별감찰관 후보 후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연합뉴스TV와 통화하면서 "아무리 급해도 원칙이 있고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면서 정체성 얘기를 꺼냈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연계 여부 역시 원내 협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별감찰관 추천을 놓고 여당 내에서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충돌하고 있는데 대통령실이 추 원내대표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동안 국민의힘 당론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한다는 것이었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참혹한 수준인 북한주민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게 북한인권재단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해 8년째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는 여당과 야당이 각각 5명씩,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지만 민주당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 얘기대로 특별감찰관 추천부터 먼저 진행할 경우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사실상 무산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추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국회 운영에 관련된 사안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한 대표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친윤(親尹)계 의원들은 당론을 바꿔야 하는 사안인 만큼 먼저 의원총회를 거쳐야지 원외인 한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24일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고 추 원내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한 대표는 왜 당 대표와 원내 대표를 당의 투톱이라고 하는지 성찰해보기 바란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을 서두르는 진짜 속내는 '김건희 여사 제3자 추천 특검법' 수용을 위한 수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입을 빌어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특검법을 수용하는 순간 한 대표도, 윤 대통령도 '지옥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것을 한 대표는 모른다는 말인가. 여당 대표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를 지키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으니 대통령실에서 '집권 여당 대표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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