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르포]‘민식이법’ 시행 4년…과태료 3배에도 스쿨존 불법 주정차 여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04010001499

글자크기

닫기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1. 04. 17:28

스쿨존 불법 주정차 전면 금지…과태료 12만원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자전거 타는 학생들 위험
단순 과태료 부과 외 강력한 처벌 및 안전교육 필요
clip20241104164520
4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한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를 하고 길을 가로막고 있다. /강다현 기자
4일 오전 8시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앞. 정문 주변에는 형형색색 책가방을 메고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등교하거나 서둘러 달려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평화롭던 등굣길 분위기를 깬 건 교문 앞에 비상등을 켠 차량이 멈춰선 순간이었다. 교문 앞에 정차한 차량으로 인해 1차선이었던 도로가 막히면서 정차된 차량 옆으로 지나가려는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 등교하는 아이들이 뒤섞이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차된 차량 사이로 한 초등학생 교문을 향해 달려오자 앞을 지나던 오토바이는 경적을 크게 울리며 급정거했다. 이 초등학생도 깜짝 놀라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매일 자녀를 등교시키는 학부모 A씨는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시야가 가려서 도로를 지나가는 차를 보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아이들이 여러명"이라며 "단순 과태료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태료 외에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만한 더 강력한 처벌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감속 및 주정차 금지가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 안전은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1년 10월 21일 어린이 등·하교 안전을 위해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시 과태료는 승용차 12만원, 승합차 13만원으로 이는 일반도로의 3배(4만원)수준으로 강도 높게 메기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단순 과태료 부과가 불법 주정차로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의 한 중학교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학교 앞 불법 주정차에 따른 사고위험은 물론 과속을 하는 자동차 등 위험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불법 주정차 된 차와 달리는 차 사이로 중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그재그로 곡예운전을 하며 지나다니면서 아찔한 순간이 수시로 연출됐다. 학교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퇴근시간 후엔 이 근처가 주차전쟁이 벌어진다"며 "어두울 때 자전거를 타면 더 안 보일텐데 큰 사고가 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clip20241104164653
4일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한 차량이 불법 주정차하고 있어 정차한 차량을 피해 자동차, 오토바이 학생들이 혼재해 있다. /강다현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2022년 9만7000여건, 2023년 9만8200여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만 7만1301건에 달해 지난해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보호구역에 적극적으로 순찰을 돌며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 보행로 안전 확보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가동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올바른 주차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은 계속되고 있어, 운전자의 안일한 안전 의식을 개선하고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과 단속·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육안전교육처장은 "아이들은 주의력이 부족해 한 곳만 보고 다니는 성향 때문에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시각의 한계가 생기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쉬울 수 밖에 없다"며 "아이들과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깨울 수 있는 철저한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다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