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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 이야기] 큰 정치는 제비꽃 피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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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07. 18:15

(10) 제비꽃 그림
제비꽃
길가에 저절로 자라고 있는 쑥갓은 채소인가, 잡초인가? 우리집 화단에 떡하니 자리잡은 야생 금불초는 잡초인가, 화초인가? 최근 잡초의 재밌는 반전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나의 아뜰리에 양지바른 창가에는 바위솔이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화분 한가운데에 조그만 싹이 연약하게 고개를 내밀더니 조금씩 잎을 키워가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가련해 차마 뽑아낼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이 풀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해 그냥 바위솔과 함께 키워 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잎의 형태를 갖추고 나서야 제비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냘프게 꽃대를 올리더니 가을철에 볼 수 있는 폐쇄화 자가수분을 통해 꽃씨를 터뜨리는 결실까지 이뤄냈다.

이제는 화분의 주인이 바위솔이 아니라 제비꽃인 것처럼 제법 멋진 자태를 갖추고 있다. 이쯤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올 가을엔 꽃을 피우지 않고 꽃씨를 만들었는데, 내년엔 이름 그대로 제비가 오는 봄에 예쁜 보라색 꽃을 보여 주려나? 어쨌건 이 제비꽃은 양지바른 곳에서 바위솔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되었다.

다소곳이 봄을 기다리는 제비꽃을 보며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본다. 제비꽃은 종족 번식을 위해 본능적으로 이 화분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다. 살아남기 위해 앙증맞은 새 순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영리함도 선보였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제비꽃의 의지와 노력은 여기까지다. 그의 앞에는 이제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외부 변수들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삶의 울타리인 공동체 유지를 위해 규범을 만들고, 제도를 고안해 냈다. 그리고 대표로 정치인을 내세우며 권력을 위임했다.

그러하기에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평온한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 권력자의 본분이리라. 그래서 노자(老子)는 "큰 정치는 작은 생선 굽듯 하라"고 설파했다.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민생은 고달프다. 저 제비꽃처럼 애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권력을 잠시 빌린 정치인들은 국민을 보살피기에 앞서 자기 살길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본분을 잊은 정치인들에게 노자의 글을 패러디 하여 전한다. "큰 정치는 제비꽃 피우듯 하라."

/만화가·前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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