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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 기획] 공적 역할보다 ‘재무’성과만… “맞춤형 지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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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기자 | 이하은 기자

승인 : 2024. 11. 10. 17:30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분석
재무 올리고 사회적 책임은 줄여
요금인상 못한 곳, 적자 늘어 'D'
정부정책에 따른 손실 배제 필요
탈석탄 등 상황별 평가 도입 요구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재무 중심으로 바꾸면서 공공기관이 정부 정책을 따르거나 공적 역할을 수행하다 적자가 늘어 부진한 성적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정책 수행에 따른 손실은 평가에서 배제하고 기관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공공기관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경영평가 재무 배점을 높이면서 정부 방침을 따르다 경영 실적이 악화된 일부 기관들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가스공사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그렇다. 정부가 가스요금과 기차요금 인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적자가 늘었지만 경영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재무성과 배점이 늘고 사회적 책임 점수가 줄면서 정부 방침을 따른 것이 더 불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2022년 10월 기획재정부는 재무성과관리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늘리고, 사회적 책임 배점은 25점에서 15점으로 줄였다.

가스공사는 2023년 경영평가에서 '미흡(D)'을 받아 직원들이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 발생 이유도 있지만 실적 부진이 주 원인이었다. 지난해 가스공사는 사실상 적자인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이 전년 말 대비 4조4254억원 증가한 13조110억원을 기록했다. 미수금은 가스 구입 가격이 정부가 승인한 판매 단가보다 높아 발생한다.

지난해 D등급을 받은 코레일도 비슷한 상황이다. 13년째 KTX 요금 동결에 따른 적자 확대가 주 원인이었다.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KTX 요금은 2011년 인상 후 13년째 그대로다.

이에 정부 방침에 따른 손실은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은 정부가 요금 등 가격 통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무실적뿐 아니라 공적 목적도 균형 있게 평가해야 한다. 재무에 치우친 평가는 공공기관 공공성을 약화시킨다"며 "요금 통제 등 정부 정책을 따른 것은 경영평가에서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이를 결정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탄소중립·탈석탄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에너지 시장 상황이 변했고, 석탄공사는 수익 창출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기관이 처한 특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22년도, 2023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모두 D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3조996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용하는 HUG는 보증 사고가 발생하면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고(대위변제) 구상 채권으로 처리한 뒤 회수한다. 최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위변제액이 지난해 3조554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경영평가가 보다 기관의 특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완희 가천대 경영학 교수는 "경영평가 주요 항목인 경영관리는 기관이 느끼기에는 공통 숙제처럼 돼 있다"며 "이 공통 숙제 부분이 실제로 모든 기관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기에 더 세심하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기자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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