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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반대’ 동덕여대 사흘째 시위…여대들 ‘단일대오’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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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이정환·손영은 인턴 기자

승인 : 2024. 11. 13. 16:37

동덕여대 총학생회, 건물 10곳 점거하며 사흘째 시위
학교 측 전날 모든 학과에 온라인 수업 활성화 공지
성신여대도 내년 남학생 입학에 내홍…여대들 연대 밝혀
동덕여대 정문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 학생이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바라보고 있다. /이정환 인턴기자
"남녀공학 전환 결사반대!"

13일 오전 11시께 서울시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는 청춘의 활기 대신 깊은 적막감만 맴돌았다.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앞에는 수십 개의 근조화환이 놓였고, 캠퍼스 곳곳은 '독재철폐' 등 분필과 락카 스프레이로 적힌 문구로 뒤덮였다.

각 건물 현관은 공학전환에 반대하는 학생 단체의 대자보와 학교를 비판하는 문구 카드가 나붙었다.

특히 동덕여대 본관 건물 앞은 학생들이 벗어 놓은 수백 벌의 과잠(학과 점퍼)이 땅바닥에 놓여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건물 현관문은 테이프로 단단히 묶여 굳게 잠긴 상태였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지난 11일 오후 6시부터 이날까지 사흘째 건물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학생들이 점거한 건물은 동덕여대 본관 건물을 포함해 총 10개(각 캠퍼스 포함)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교 측이 예정돼 있던 처장단 면담에 오지 않는 등 소통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강경대응에 나서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백지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측은 대학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남녀공학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남녀공학으로 전환하자는 이야기는 예산이나 등록금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미래에 학생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아이디어였다"며 "최대한 여러 방향을 통해 총학생회와 학생 단체에 접촉하고, 소통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건물 앞에 학생들이 벗어 놓은 수백벌의 학과 점퍼가 놓여 있다. /이정환 인턴기자
다만 건물 외벽이 훼손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한 만큼 향후 이러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고자 모든 학과를 대상으로 최대한 온라인 수업을 활용할 것을 지난 12일 공지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께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성신여자대학교는 내년 신설되는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 입학이 허용됐다는 소식이 전날 확산되자 이를 반대하는 문구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정문에 들어서자 학교 게시판에는 '수정의 빛을 꺾지 말라'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총학생회 게시판에는 '성신여대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반대'라고 적힌 출입금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성신여대 측이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해 걸어둔 현수막 아래에는 '여대의 소명은 다하지 않았다' 등의 항의성 문구가 적혀있다. 건물 외벽 등 캠퍼스 곳곳에도 락카 스프레이로 '남성 입학 결사반대' '국제학부 남성입학X'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신여대 행정관과 성신관 앞 운동장 바닥에는 남성입학에 항의하는 의미의 학과 점퍼들이 줄지어 놓여있기도 했다. 성신여대 수정관 건물 앞에는 수십 개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 측은 오는 15일 오후 4시께 국제학부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성신여대 측은 학생들의 상황을 지켜본 뒤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학교가 공학으로 전환되는 건 전혀 아닌데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계속 학생들과 소통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소재 성신여자대학교 행정관 건물 앞에 학생들이 벗어 놓은 학과 점퍼와 근조 화환의 모습. /손영은 인턴기자
남녀공학 전환 반대, 여대들 '단일대오'
동덕여대와 성신여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에 사태에 대해 각 여대의 총학생회도 지지성명을 발표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우선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74년간 여성 교육을 이어온 동덕여대는 그 누구보다도 여성 교육의 중요성과 여대의 설립 의의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의견을 도외시하고, 설립 정신의 근간을 무시하는 그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성신여대를 향해 "믿음이라는 이념에서 출발한 성신여대에서 학교 본부가 그 어떠한 사실도 학우에게 공유하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성신의 교육적 가치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남성 재학생 수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도 전날 입장문을 내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학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현재 동덕여대와 성신여대 총학생회에 연대 의사를 밝힌 곳은 이화여대를 제외한 서울여대, 덕성여대, 광주여대, 숙명여대 등 총 4곳(13일 오후 4시 기준)이다.
정민훈 기자
이정환·손영은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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