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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첩죄 범위 확대, 기술 안보 출발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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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11. 15. 00:00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연합

국회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기승을 부리는 산업스파이를 간첩행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13일 형법 98조의 간첩죄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다. 개정안은 간첩행위를 외국과 '의사 연락'(범죄를 목적으로 오간 의사소통)하며 정보를 탐지하고 수집·누설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간첩죄 적용 범위와 대상 행위를 폭넓게 규정한 것인데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다.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는 그동안 정치권과 산업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간첩죄 적용이 '적국'에만 한정돼 중국 등으로 반도체 기술을 빼돌려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한국의 적국은 북한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삼성의 반도체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공장을 세워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했다. 중국인이 국가정보원을 드론으로 촬영해도 항공관리법 위반 입건이 고작이었다. 우리 안보와 직결되는 일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지만 그동안은 간첩죄 적용 근거가 없었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지난 6월 부산항에 온 미국 핵항공모함 루스벨트호(10만t급)를 불법 촬영하다 적발됐는데 이날은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항공모함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부산의 군사시설 등을 500여 장의 사진으로 촬영했고, 이들 휴대전화에는 중국 공안국 관계자 전화번호도 발견됐다. 2022년 9월부터 주변 야산을 답사해 드론을 띄울 장소까지 물색했다니 누가 봐도 간첩행위다. 그런데도 경찰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찰이 검찰로 송치한 해외 기술 유출은 12건이다. 이 중 10건이 중국으로 빼돌려졌다. 기술 유출은 2021년 9건에서 2022년 12건, 2023년 2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한다. 기술 유출 피해는 80.9%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데 기업의 핵심 기술정보 접근권한이 있는 연구직들이 많다. 적발된 기술 유출 사건의 90%가량이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고 한다. 간첩죄로 처벌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인데 앞으로 개선된다니 다행이다.

정치권이 특검, 탄핵으로 매일 싸우면서도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키로 한 것은 기술 안보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간첩죄 범위 확대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간첩죄 범위가 애매한데 인터넷을 검색해도 간첩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한국인 반도체 전문가가 간첩 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다.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이 있어 외국을 위해 일하는 개인·기관·단체는 구체적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형법 98조 개정이 우리 기술과 안보를 지키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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