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의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발언하자 은행들은 잇따라 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금리 인상 횟수만 20회가 넘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소식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까지 몰리면서 8월에만 5개 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 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게 은행들 입장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막고 전세대출과 주담대 금리 인상, 비대면 대출 중단 등이 그 일환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확대를 막는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8월 서울 아파트 집값은 오히려 상승했고 대출 수요는 인터넷은행으로, 지방은행으로, 2금융권으로 이동했다. 대표적으로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의 잔금 대출 문제만 봐도 실수요자에 대한 문턱까지 높였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실제 은행들은 가계부채 연간 경영 계획을 150% 넘기며 취급해왔다. 실적을 위해 과도하게 대출을 내주면서 금리는 올려왔던 것이다. 금감원의 제동에 은행들은 대출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그간 자산 확대를 위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은행들이 관치금융 속 대출 중단과 금리 인상으로 몸을 사리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의 선택적 가계대출 관리 셈법은 예대금리차로도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수신금리는 떨어뜨리고 대출 금리는 올리면서다.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은행들의 이자수익도 늘어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올 3분기까지 4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늘었지만, 이자수익만 보자면 115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이자수익은 109조원으로 1년만에 앉아서 이자수익만 6조원 (6.3%)넘게 번 것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은행들은 표정관리 중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소비자들은 가산금리는 높이고 우대금리는 없앤 은행들 덕분에 삶의 질은 후퇴하고 있는데, 은행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정부의 이자장사 비난을 받았던 시기는 금리 상승기였다. 과연 금리 인하 시기에도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마땅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4대 금융지주들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익성 확대를 내세웠는데, 그 수익성 중심에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서민 부담은 키운 이자장사가 대표가 되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