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野 규제 강화…기업 압박
해외·국내 플랫폼 간 역차별 초래
이처럼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토종 플랫폼'들이 정작 국내에선 전례없는 규제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 야당이 앞다퉈 플랫폼 독점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중삼중의 규제 그물을 덧씌울 기세다. 전세계가 자국 플랫폼 지원에 나서는 마당에 국내에서만 토종 플랫폼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 해외선 '혁신사례', 국내선 '찬밥'
1일 IT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구글, 애플, 우버 등 미국 빅테크에 맞서 주요국은 자국 플랫폼 산업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를 기치를 내건 트럼프 2.0 시대에 미국 빅테크들의 공습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유럽연합(EU)은 빅테크 기업에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제정한 상황이다. 일본도 지난 6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가결하고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정반대다. 검색엔진, 포털, 모빌리티 등 주요 플랫폼 시장에서 미국 빅테크에 뒤지지 않는 토종 플랫폼을 갖춘 유일한 나라임에도, 정작 토종 플랫폼을 옥죌 규제를 더 늘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강화 방안이다. 공정위는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법 위반시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고, 관련 매출액의 8%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임시중지명령은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있을 경우 지배적사업자임을 사후 추정하고 서비스 판매나 광고 중단 등의 명령을 내리는 구조다. 임시중지명령을 위한 행정절차에만 최소 수개월이 소요돼 해당 기업에는 "문제 있는 곳"이란 낙인만 찍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기업은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중지명령만으로도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공정위 안은) 구시대적 발상이자 유례없는 악법"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방침이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만 규제하게 될 것이란 비판도 거세다. 구글 등 미국 빅테크에 대한 제재가 트럼프 2.0 시대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점에서다.
◇ "토종 플랫폼만 죽이는 규제"
플랫폼 규제는 공정위만 추진하는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법률'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를 더욱 옥죄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더해 검찰까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가한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방위 규제가 해외 플랫폼과 토종 플랫폼 간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토종 플랫폼들이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해외 빅테크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에 밀려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우버는 최근 국내 택시기사들에게 호출료 등 현금성 프로모션을 최대 2만원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버는 이같은 '머니게임'으로 인도, 브라질 등지에서 토종 플랫폼을 순식간에 제치고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고, 이후 이용 수수료를 인상했다. 정부 규제의 결과물이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까지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매년 매출의 최소 10~20%를 연구비로 책정해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 전통 제조업 못지 않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플랫폼은 가만히 앉아서 수수료 장사만 한다'는 편향된 시각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