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집중투표제’ 국민연금 찬성…최윤범에 힘 실어

수책위, 이사 수 제한 등에 찬성하기로
최 회장 측 제안에 힘…경영권 방어 한 발
MBK 측 신청한 가처분 결론 20~21일 전망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상선 기자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분쟁의 캐스팅보트다. 따라서 집중투표제에 어떤 의견을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최윤범 회장 측은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이사 수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찬성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최윤범 회장 측의 유미개발이 제안했으며, 영풍 측은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국민연금의 이같은 결정에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주총에서 뿐 아니라 앞으로도 소수주주 권한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로스물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국가의 전략적 이익 및 안전보장과 관련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연금 자체가 그간 집중투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결정을 내려왔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등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의안 통과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의 방향이 나머지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이날 법원은 영풍·MBK 측이 집중투표제 관련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인용여부는 20~21일께로 예상된다. MBK 측은 이날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