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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發 상생금융’ 여파…금융권 ‘해외 투심’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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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5. 01. 21. 18:45

이재명 대표-은행장 간담회에 외국인 투자자 '팔자' 행진
신한·하나금융, 외국인 매도 규모 확대
실적 기대감 하락·고환율 여파에 정치적 변수까지 겹악재
'밸류업 정책' 제동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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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발(發) '상생금융' 압박 속에서 4대 금융그룹에 대한 '해외 투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 행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작년 한 해 금융권이 이미 역대 최고 규모인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을 내놓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은행 옥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가 확대됐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임원진들이 나서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는데, 이 같은 책임경영 행보 효과도 미비했다는 평가다. 이들 금융지주의 호실적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상생 금융' 요구로 인해 밸류업 정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이날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60.0%, 67.37%를 기록했다. 지난 16일과 비교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0.05%포인트, 0.1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 흐름은 이재명 대표의 6대 은행장 간담회 소식이 알려진 지난 17일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신한지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기록한 순매도 규모(596억원)의 32%에 달하는 비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일부터 총 703억원을 매도했는데, 이 가운데 17일부터 3거래일 간 순매도된 규모는 287억원에 달한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외인 투심이 유독 위축된 배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온다. 신한지주는 4분기 실적 기대감 하락, 하나금융지주는 높은 원·달러 환율 민감도에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야권발 상생금융 요구란 정치적 변수까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의 금리 인하 요구는 상시적으로 발생해 왔다"며 "단기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KB금융의 경우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38억원 규모 순매도를 단행했다. 이달 들어 KB금융에 대한 외국인 투심이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이다.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KB금융 624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은 주주 환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은 은행주 중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13.8%로 가장 높은 데다 환율 민감도도 낮아 자본 비율 영향도 적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들어 꾸준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우리금융지주 8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동안 금융당국 제재 등 여파로 주가 상승폭이 적었던 데다, 향후 증권·생보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밸류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위기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환율 등 대내외적 변수에 상생금융 확대까지 고려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매년 역대 최고 규모의 상생금융을 단행해왔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투심 위축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향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상생금융 확대 요구가 있을 때 밸류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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