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주요 증거 '신빙성' 의문
체포 명단 '메모' 공개만 4종류
작성 시점·통화 장소 잇단 번복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메모를 적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듣고 '미친X구나 생각하고 그다음부터 메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메모한 시점과 장소의 변화 때문이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23시 6분 여 전 사령관과 통화했고', '여 전 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줬으며', 당시 본인은 '책상에 앉아서 여유 있게 적은 게 아니라 국정원장 관사 입구에 있는 공터에 서서 포켓에 있던 메모지에 적었다'며 말을 바꿨다. 이후 홍 전 차장은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체포 명단을 듣고 받아적은 장소가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가 아닌 국정원 본청 집무실'이었다고 기존 진술을 다시 번복했다.
이에 국정원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홍 전 차장은 23시 6분보다 8분 앞선 22시 58분 이미 본청 내부로 들어선 것이 확인됐다. 특히 여 전 사령관과의 세 번의 통화 장소 중 두 번의 통화 장소가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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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11일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를 공개했다. 이후 홍 전 차장이 지난 18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개한 메모에서 또다시 수정된 흔적이 발견됐다.
이를 종합하면 해당 메모는 홍 전 차장이 △포스트잇에 쓴 메모 → △보좌관이 그 내용대로 정서한 메모 → △이튿날 '기억나는 거 다시 써달라' 해서 파란색 펜으로 이름만 적어 준 메모 → △누군가 다른색 펜으로 '검거요청' '감금조사' 등의 내용 추가한 메모 4개로 나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CCTV를 통해 여인형 사령관과의 통화가 야외가 아닌 본인 집무실에서 이뤄졌음이 확인된 이상, 애초부터 '어두운 야외에서 적어서 알아보기 어려웠다'는 주장 자체가 설 곳이 없다"며 "본인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를 타인이 알아보고 이를 정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위기 앞에서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의 누를 범하지 않도록 공직자로서 이제라도 양심에 따라 진실대로 증언하길 바라며, 헌법재판소도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대통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