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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통 큰 기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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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0. 02. 14. 06:00

“배당금 전액을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사용하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오래전 직원들에게 한 약속이다.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 9년간 매해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전액을 미래에셋박현주재단에 기부했다. 누적금액만 232억원이다. 올해도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기부할 예정이다.

박 회장의 ‘통 큰 기부’는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증권가 샐러리맨을 지내며 맨손으로 미래에셋을 세웠다. ‘금융계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 손꼽힌다. 극심한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층에게 그는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이기도 했다. 기부금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단을 통해 장학생 육성 및 사회복지 사업에 쓰인다. 900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미래에셋그룹 창업자인 박 회장은 전 계열사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만 배당금을 받았다. 미래에셋캐피탈 34.32%, 미래에셋자산운용 60.19%, 미래에셋컨설팅 48.64%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박 회장에게 칼끝을 겨눴다. 지난해 11월 그룹 계열사들이 박 회장 일가가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2017년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조사하다 발견해 같은 해 12월 공정위로 넘겼다. 혐의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배당금 얘기가 불거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적자라 배당한 적 없고, 미래에셋자산운용 배당금은 기부를 했기에 부당이득을 챙기지 않았다는 게 미래에셋의 반박이었다. 공정위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법원의 1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를 열 전망이다.

그간 일부 재벌 창업주 또는 오너들의 기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사회공헌을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총 시즌이면 수백억원 배당금을 받아 자신의 주머니를 챙겨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0년째를 맞는 박 회장의 기부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다만 공정위 건으로 ‘선의’마저 희석될 상황에 놓였다. 올해는 오너들의 구태가 재현되지 않길 바라마지 않는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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