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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신동빈 회장의 쇄신 또 쇄신

[기자의눈] 신동빈 회장의 쇄신 또 쇄신

기사승인 2020. 12.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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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박병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 쇄신작업이 한창이다. 유통 1위 기업이라는 명성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유통 사업의 어려움에 직면해 온 롯데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과거 롯데를 유통명가로 자리 잡게 해준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는 감염병 확산에 여지 없이 약점을 드러냈고,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런 위기감에 롯데는 지난 4월 유통 계열사 7개의 쇼핑몰을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 롯데온의 입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차갑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롯데온이 쿠팡·이베이코리아뿐만 아니라 SSG닷컴조차 이길 수 있을지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조산업 기반인 롯데가 초 단위로 소비자에 대응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익보다는 투자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가 중요한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내는 제조업 마인드로는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기존 유통 시장과 달리 경쟁자들이 끝없이 뛰어드는 레드오션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 유통시장과 달리 이커머스 시장은 영원한 1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시시각각으로 판도가 변하고, 그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따라 잡힌다는 위기감이 늘 존재한다. 때문에 유통 공룡 롯데가 이런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신 회장은 롯데그룹 인사를 통해 임원 100명을 줄이고 과장급까지 명예퇴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계열사 대표에는 50대 젊은 피를 수혈하고,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등 그룹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런 결정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이 커진 미래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롯데쇼핑이 올해 99개의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고 향후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부다.

신 회장은 그룹 경영에 전면에 나선 이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을 비롯해 사드사태·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이슈로 경영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을 이어왔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신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칼을 빼 드는 결단을 내렸다. 롯데가 가진 유통시장에서의 저력과 방대한 빅데이터만으로도 성공에 대한 높은 기대도 나오지만, 이번 연말인사로 향후 유통사업 성적표에 어떤 내용을 적어 넣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외풍에서 벗어난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오롯이 평가받는 시발점이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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