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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파렴치한에게도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기자의눈] 파렴치한에게도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기사승인 2021. 0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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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준
사회부 허경준 기자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면소 판단하겠지만, 성 접대 의혹의 핵심 증거인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맞다.”

소문만 무성하던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의 이 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검찰총장 후보까지 거론되던 검찰 핵심 인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 전 차관은 스폰서 윤중천씨로부터 강원도 별장에서 수많은 향응·접대를 받고 여성들을 노리개 취급한 ‘파렴치한’ 성범죄자다.

하지만 인면수심 범죄를 저지른 김 전 차관에게도 ‘인권’은 있다. 범죄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지탄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형사 입건도 되지 않은 사람의 자유를 박탈할 권리와 의무는 대통령은 물론 법무부·검찰 등 형사사법기관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없다.

2019년 3월 20~25일 김 전 차관에게 자행된 일은 사실상 조직적인 범죄에 가깝다. 그해 3월 20일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 김모씨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 ‘출국규제자 관리’에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정보를 29회 조회한 것을 시작으로 공무원 10여명이 조직적으로 총 177회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수시로 확인했다.

3월 22일 법무부 공무원들은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방콕 행 비행기 발권 및 탑승 수속을 마치자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등에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수사권이 없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처를 할 수 없는 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는 허위 문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무부 공무원들은 “출입국심사과 직원들은 다 같이 걱정하면서도 지금이라도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수억원의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김 전 차관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일단 잡고 보자’는 식의 태도로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김 전 차관의 자유를 박탈한 것은 명백한 범죄다. 신속한 출국금지로 인해 김 전 차관이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는 망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절차의 공정성이 무시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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