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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반복되는 학교폭력, 미온 대처로는 안된다

[기자의눈] 반복되는 학교폭력, 미온 대처로는 안된다

기사승인 2021. 02. 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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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사회부 기자
“아침까지 고개 들지 못했지 맞은 흔적들 들켜 버릴까봐. 어제 학교에는 갔다 왔냐. 아무 일도 없이 왔냐.”

90년대 아이돌 그룹 H.O.T의 데뷔곡 ‘전사의 후예’는 학교폭력(학폭)을 다룬 노래가사로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보잉(b-boying) 붐이 일었고 힙합바지를 즐겨 입던 그 시절에도 교실 안에서, 매점에서, 학교 밖 뒷골목에선 적잖은 학교폭력이 일어났다.

25년이 지난 현재 한국 사회에선 아이들끼리 다투다가 코피가 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조폭영화에나 나올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동급생들에게 1시간20분가량 집단 폭행을 당했던 중학생 A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생의 끈을 놓아버렸다. 가해자들은 집단 폭행하면서 A군의 속옷을 모두 벗기고 씹던 껌과 가래침을 입안에 뱉었다. 피해자가 추락사하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말을 맞추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학교폭력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자배구 국가대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상습적인 가해가 밝혀진 데 이어 남자 프로배구 오케이(OK) 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도 학교폭력 가해자로 고발돼 사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미스트롯2에 나온 가수 진달래는 학교폭력에 연루돼 중도하차했다.

교육부의 지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가해 이유로 중학생은 ‘장난으로’(22.3%), 고등학생은 ‘마음에 안 들어서’(20.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들이 학교폭력 문제를 단순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성인이 돼 학교폭력을 장난이나 학창시절의 무용담처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장난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는 말처럼 피해 학생에게 학교폭력은 평생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이번에 폭로된 피해 내용도 초·중·고교 시절 벌어진 일들이다. 피해자가 성인이 된 지금 폭로가 터져 나온다는 점에서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고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큰 상처로 남았는지 보여준다.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거나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조치가 없다보니 ‘삼촌 패키지’라고 하는 사설 학교폭력 해결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공포심을 줘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학교폭력이 근절 안 되는 교육 현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날이 횡포화하는 학교폭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남을 괴롭히거나 함부로 대하는 인성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가해자의 ‘철없던 시절 행동을 사죄한다’는 메시지 하나에 우리 사회가 섣불리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된다.

학교·가정·마을이 나서서 학생들의 인성 수준을 높이고 타인과의 공감대를 키울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중략) 낱낱이 일러 일러봤자. 아무것도 내겐 도움이 안 돼.” 1996년 거리에서 울려 퍼지던 이 노래가 현재 진행 형이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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