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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년, 브라질 빈곤층의 무너진 일상생활

코로나19 1년, 브라질 빈곤층의 무너진 일상생활

기사승인 2021. 03. 2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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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데믹 시작 1년, 브라질 빈곤층은 어떻게 살고 있나
- 사회적 거리두기에 생계 막막한 이들 많아.. 재정 부담에도 불구, 올해에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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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빈민촌 파벨라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마저 중단되면서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브라질 현지 언론 UOL에서 빈곤층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브라질 빈곤층 주민들에게는 굶주림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북부 마세이오 외곽지역의 좁은 골목에 살고 있는 한 거주민은 “고기는 남은 돈이 있을 때만 산다. 그마저도 드문 일”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에게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브라질 정부에서 지급하기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큰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제 바닥이 나서 뼈 붙은 고기를 겨우 사 며칠씩 나눠먹고는 한다.

같은 골목에서 22살 아들과 살고 있는 마리아(62)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다른 네 자녀의 도움과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살아남았지만 받은 돈은 전부 먹는 데 썼다고 고백했다. 돈이 필요한 곳은 많았지만 위험한 대유행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것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이다.

조세(60)는 콩·쌀·달걀로 아내와 점심을 때웠지만 계란 가격이 최근 계속 올라 앞으로는 달걀을 구입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짐꾼 일을 하던 그는 1차 대유행 당시 도심 시장에 가지 않고도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그럭저럭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냈다. 그런데 지금은 막막하다.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시장에 오지 않는다. 물론 나 또한 무섭지만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선택권이 없다”고 했다. 매일 시장에 가기 위해 지출하는 버스비 1300원도 부담스럽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끝난 이후 저소득층은 오로지 ‘보우사 파밀리아’에 기대 살아가는 실정이다. 브라질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 프로그램인 이 정책은 저소득층 가정에 생계비 및 교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좌파정부에서 도입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금액은 가족이 충분히 식생활을 이어가는 데 충분하지 않다. 2월 평균금액은 186.83헤알(약 3만7600원)이었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에서 지급된 600헤알(약 12만원)·1200헤알(약 24만원)에 비해 훨씬 낮다.

브라질지리통계연구소(IBGE)에 따르면 작년 7월에 3200만가구(전체 44.1%)가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을 받았으며 이중 440만 가구에게는 지원금이 유일한 소득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조한 상업 활동에다 높아지는 물가는 빈민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소득군별 인플레이션 지수를 발표한 브라질 국책연구기관 응용경제연구소(IPEA)의 조사에 의하면 극빈층 가정(월수입 약 33만원 이하)은 6.2%, 최부유층(월수입 약 333만원 이상)은 2.9%이었다.

하루하루 식탁에 올릴 음식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보우사 파밀리아와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가지원이 절실하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매월 600헤알(약 12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했다. 이를 통해 극빈층 비율은 지난해 8월 4.5%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금액을 300헤알(약 6만원)로 줄이면서 비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속하면 브라질이 무너질 것”이라며 재정 부담을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중단하려 했다. 그러다 생계가 막막한 빈곤층을 고려해 4월부터 다시 추가 지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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