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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日법원인가” 탄식 나올 어느 판사의 ‘신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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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승인 : 2021. 06.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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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가 최근 위안부 소송비용을 일본정부로부터 받아낼 수 없다고 판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본안 소송을 맡았던 민사34부 전임 재판부는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며 소송비용도 일본이 부담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3월 집행과정에서 국제법에 따라 ‘국가면제’가 인정된다고 보고 소송비용을 강제로 추심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피해자 측의 항고도 “즉시항고 기간이 지났다”고 각하해 논란을 야기했다.

전임 재판부는 국가면제 조항이 절대규범을 위반해 타국 개인에게 손해를 입힌 국가로 하여금 피해 배상·보상을 회피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했다. 실제 미국·영국·일본 등 여러 국가가 국가면제 예외를 인정하는 국내 법률을 제정한 점, 국제질서 변화에 따라 국가면제 이론이 변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약의 국제법적 효력은 손상될 가능성이 없고, 대한민국은 조약의 준수의무를 부담한다”며 국가면제를 인정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 ‘국가적 위신’과 ‘우리 사법부 신뢰 저해’라는 결과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가 낸 손해배상 소송도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 또는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소송으로 행사할 수는 없다”며 각하했다. 이번에도 ‘국격 훼손’ ‘한미 동맹 훼손’ ‘일본과의 관계 훼손’ 등의 외교적 해석을 더한 이유로 국제법을 문언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의 판결이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본을 상대로 진행 중인 20여 개의 관련 소송에서 김 부장판사의 판결이 일본 측의 참고자료로 쓰였다는 점은, 아픈 과거사를 안고 있는 국민 정서상 납득이 쉽지 않다.

헌법은 법관 개개인에 대해 법을 선언·판단하는 독립된 기관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판사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과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법을 문언대로만 따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국민 권익보호는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판결이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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