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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중소기업에겐 ‘판’이 필요합니다

[기자의눈]중소기업에겐 ‘판’이 필요합니다

기사승인 2021. 1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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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생활과학부장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한다. 근로자의 83%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드러나진 않지만 중소기업은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물줄기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사기는 높지 않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포자기’하는 일까지 늘고 있다.

강성노조, 세무사찰, 규제 위에 규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내 중이다. 최근 들어 이들의 사기를 꺾는 대표적인 사례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꼽힌다.

최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벤처기업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74.3%가 “ESG 대응 준비 계획이 없거나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도입 걸림돌로는 비용 부담(37.0%), 전문인력 부족(22.7%) 등이 제시됐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나서니까, 대기업이 하고 있으니까 어쩔수 없이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환경’을 신경 쓸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못하겠소”라고 말도 할 수 없다. 정부에 반기를 드는 걸로 찍히기 때문이다. 그냥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을 뿐이다.

주 52시간,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는 준비조차 되지 않았지만 “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무리하게 따르게 되고 결국 경영에 부담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중소기업인들의 의지마저 꺾어놓고 있다.

“인생을 바쳐 키워낸 내 분신이 단 한 번의 사고로 문을 닫게 되는데 어떻게 경영을 하란 말인가”라는 푸념도 심심찮게 나온다.

물론 중소기업인들이 정부에 무조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움직임에는 공감을 한다. 다만 이들은 지시와 일방적인 목표 뿐 만이 아닌, 지원책까지 함께 오길 바라고 있다.

즉 “여러분이 힘들지만 우리를 믿고 따른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주겠다”라는 정부에 대한 믿음만 확실하다면 중소기업들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정부는 신호만 주면 된다. 지금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신호를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이들이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경영여건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사기와 분위기로 결정되기도 한다. 기업들에게 ‘판’을 깔아줘 투자와 일자리를 높이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정부와 정치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숙제다. 2021년 11월 그 ‘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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