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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스우파’가 끌어올린 관심, 스스로 갉아먹은 댄서들

[기자의눈] ‘스우파’가 끌어올린 관심, 스스로 갉아먹은 댄서들

기사승인 2021. 11. 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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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문화부 김영진 기자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방송 초반 인기는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가 주도했다. 투표 결과를 의식해야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댄서로서 높은 자존감과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며 본인의 색깔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를 포함한 출연진의 활약 덕분에 ‘댄서’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스우파’ 댄서들은 “이젠 당당하게 나의 직업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인식 변화로 방송 이후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는 일반인들의 글들이 쏟아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상황이 일부 댄서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모니카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댄스 장르에 대해 설명한 것을 두고, 100명이 넘는 댄서들이 잘못된 설명이라며 무더기로 ‘지적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모니카의 설명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방송을 제대로 보지 않은 댄서들이 일부 캡처된 이미지만으로 모니카를 저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이 모니카를 상대로 ‘사이버 불링(사이버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행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댄서들은 ‘국내 댄서신(scene·분야)이 좁다’는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과거 미국 NBC의 ‘월드 오브 댄스’ 시즌3에서 4위까지 올랐던 아이키도 좁은 국내 댄서신에 끼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바로 ‘자신들만의 리그’를 고집하며 실력있는 외부인들의 댄서신 진입을 막는 ‘기득권 지키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사례다.

그렇다고 진짜 문제가 벌어질 때는 정작 아무 말 없다. 원트의 로잘린과 코카앤버터의 제트썬의 댄스 학원 수강생 ‘갑질 의혹’에 대해선 모니카의 발언 하나에 벌떼처럼 달려든 댄서들 가운데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왜 국내 댄서신이 발전하지 못했는지 알겠다’며 혀를 차고 있다. ‘스우파’로 커진 댄서신에 대한 호감을 댄서들 스스로가 갉아먹고 있어서다. 자신들이 속한 분야를 알리는데 노력한 동료들을 위해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 망정, 흠집 내기와 깎아내리기로 일관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스우파’로 비롯된 ‘춤 열기’가 금세 사그러들 것같아 못내 걱정스럽다. 댄서신의 폐쇄적인 문화가 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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