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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지금은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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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기자

승인 : 2022. 10. 05. 06:00

이지훈 기자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매우' 낮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경우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자본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은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을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올해 8월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4364억 달러다. 2008년 2004억 달러와 비교하면 2배가 넘고, 외환위기가 시작된 1997년 197억 달러에 비해서는 20배 이상 많다. 한국의 대외순자산 규모도 2008년 -703억 달러에서 올해 7441억 달러(6월 기준)로 급증했다.
추 부총리의 발언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 등 대외건전성 상황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절과는 비교 대상이 아닌 셈이다.

그럼 현재의 국면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감기 같은 상황인 것일까?

과거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제 체력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복합 위기 역시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넘보고 있고, 물가는 5~6%대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전망이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 전선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의 과민 반응을 우려해 위기 가능성을 일축하는 추 부총리의 의중은 이해된다. 다만 지금은 과한 것이 모자란 것보다 나은 시점이다. 과하다고 욕을 먹더라도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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