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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예고된 인재(人災), 대대적인 설비 투자로 막아야

[기자의눈] 예고된 인재(人災), 대대적인 설비 투자로 막아야

기사승인 2023. 07. 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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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_증명사진
경제사회정책부 이정연 기자
"안녕하세요. 지하주차장과 반지하 등에 물막이판 설치 얼마나 됐는지 자료 좀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여름장마 대책을 취재하던 기자가 행정안전부에 전화해 이 같이 묻자 담당 공무원은 "아직까지 지자체별로 다 취합되진 않았다"며 "이달 중으로 파악할 것"이라고 답했다. '집중호우로 그 난리가 난 게 바로 작년이었는데 장마가 꼬박 한 달 남은 시점에서 기본적인 수방시설 현황 파악도 안 됐으면 폭우에 어떻게 대비한다는 거지?' 머릿 속에 비상등이 켜진 순간이었다.

이번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사태 역시 자동차단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미 예산을 교부해 오는 9월 설치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한 걸음만 더 빨랐다면'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019년부터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가 지하차도 차단시설 설치 등을 행안부와 국토부에 이미 권고해 왔는데도 관련 인프라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이태원 참사 취재 때 한 재난 전문가가 기자에게 "재난 대응은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만큼 재난을 막을 수 있는 기술력을 키우고, 시설을 갖춰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남 탓 공방'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 뒤에는 책임소재만 가리는 데에 지쳐버린 실무자들도 있다. 일선 지자체에서 재난 대응 업무를 보는 한 공무원은 반복되는 폭염·폭우 상황에 번번이 호출돼 개인 약속마저 잡지 못 할 정도로 업무가 너무 많아진지 오래라고 토로한다.

사고를 막는 데에 급급한 '인력 투입형' 대책 수립이 아닌, 여러 갈래의 재난 참사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모아 선제적인 예방조치와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 예방 시설 설치를 위한 대대적인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 기록적인 호우에도 큰 피해 없는 선례를 남기면 기후위기로 잇따른 자연재해 피해를 입는 개발도상국 등도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도시 인프라 건설 등의 해외 수주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신에선 영화 '기생충'이 한국이 처한 현실이라고 말한다. 전폭적인 예산 투자로 더는 후진국형 수해 피해를 반복하지 않고, 예방 인프라 조성에 힘써야 할 때다.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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