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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군사혁신(RMA)의 함정

[이기성 칼럼] 군사혁신(RMA)의 함정

기사승인 2023. 12. 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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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군사적 대변화를 총칭하는 의미로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RMA)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군사혁신은 군사용 유형자산과 전투력 운용방식, 조직편성 등에 대한 급격한 변화가 상호 연계되어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군사변혁 노력은 1984년 구소련의 총참모장이었던 오가르꼬프(N.V.Ogarkov)의 새로운 군사기술을 이용한 군사기술혁명(MTR)에서 출발하여 군사혁신(RMA), 안보분야혁명(RSA), 군사혁명(MR), 군사변환(MT)의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1991년 미국이 걸프전에서 공지전투 개념에 항공·우주전을 결합하여 현대전의 전격전으로 완전한 승리를 달성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군사혁신에 주목하게 되었고, 많은 국가는 군사혁신을 통한 강한 군사력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군은 1999년에 군사혁신 기획단을 설치하여 군사혁신에 대한 연구를 실시하여 2006년부터 「국방개혁 2020」에 반영하여 추진하였다.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최신화하였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방개혁 2.0」으로 군사혁신을 가속화하고자 노력하였다. 국방개혁이 주로 군(軍)구조 및 전력 체계, 병영문화 발전 등을 목표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창출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현 정부에 들어서도 AI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려는 「국방혁신 4.0」을 추진하여 첨단과학기술군(軍)으로 도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지만 군사혁신의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의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사혁신이 추구하는 전쟁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군사적 대변화는 미흡하면서도 언젠가는 혁신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군사적 활용으로 군사 분야의 혁신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기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는 없이 요란한 구호와 막연한 희망으로 스스로 안위에 빠지는 현상을 군사혁신의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군사혁신의 함정에 해당하는 첫 번째는 미래전에 대한 담론은 많으나 운용 개념의 발전이 미흡하다. 학계와 군(軍)내의 세미나와 포럼 등에서 미래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국가에서 발전시키는 모자이크전, 체계대항전, 다영역작전 등 새로운 개념들을 소개하고 미래전 양상을 예측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 군사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을 창출하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새로운 담론에 따른 작전 운용 개념의 발전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두 번째는 미래 작전 운용 개념 구현에 적합한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지다. DX KOREA, ADEX 등 국내 무기 전시회장을 견학할 때마다 무기 기술과 발전의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하지만 전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많은 노력을 투자하여 개발한 무기들을 어떠한 개념으로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업체가 개발한 무기를 군사작전에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군사혁신을 위해서는 미래 작전 운용에 적합한 무기 개발을 선도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아쉽다.

세 번째는 혁신의 시작은 요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하는 현상이다. 시작 단계에서는 혁신적 변화를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알리기에 나서지만, 그 산물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쩌면 홍보에만 치중하는 경향은 없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육군의 경우 5대 게임체인저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것이며, Army Tiger 4.0으로 보병부대 기동화를 주창하며 새로운 변화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들어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미흡하고 그러한 개념도 많이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군사혁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군사혁신에 대한 그랜드디자인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첨단무기 개발은 미래 전장에서 싸우는 방법에 적합한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먼저 작전환경에 적합한 싸우는 방법을 제시한 후에 최적화된 무기체계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미래전에 대한 담론들에 따라 우리 상황에 맞는 싸우는 방법을 정립하고 무기체계와 조직편성까지 변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군의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쟁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군에게 외부 지도자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군사혁신을 강요했을 때 군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군 자신의 혁신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군사혁신은 최고 리더십이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군의 리더십들은 미래 위협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과 군사혁신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신념으로 군사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셋째, 장기간에 걸친 끈질긴 노력과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새로운 운용 개념은 많은 전문가의 논의 과정을 통한 집단지성으로 가능하다. 미군의 공지전투 개념은 장군들이 직접 작성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에 걸친 집단지성의 산물로 완성되었다. 첨단 무기체계의 개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리더십들이 일정한 기간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혁신의 기조를 단절시키지 않고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군사혁신에 성공한 미군의 경우 최소 4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안정적으로 군사혁신을 추진할 수 있었다.

우리는 군사혁신의 일환으로 국방혁신을 지속하고 있지만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결과가 나타날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혹시 군사혁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 군사혁신은 의지와 구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벽돌 한 장 쌓는 생각으로 장기간에 걸친 노력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혁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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