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제언

[칼럼]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제언

기사승인 2024. 02. 26. 18: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신보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얼마 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는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등이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자리에선 온라인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삭제·차단에 소홀했다는 질타가 쇄도했다. 이 장면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진 것은 우리나라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성착취 사진·영상 등 불법촬영물 유포 역시 실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디성센터)는 상시적인 삭제지원 업무와 상담, 연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DNA 분석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해 검색엔진과 해외 서버기반의 성인사이트들에 퍼져있는 피해촬영물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식별하고, 삭제 지원 전문 인력의 노하우 축적을 기반으로 지원 기술을 계속 고도화해 왔다.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의 삭제 지원 창구를 마련해 즉각적인 삭제 요청이 이뤄질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고, 해외 서버 기반 성인사이트들의 삭제 불응에 대응해 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만 총 24만5416건의 불법촬영물을 삭제 지원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는 센터가 개소한 2018년 2만8879건에서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도 불법촬영물 등 유포가 여전히 지속·반복·확산되고 있다.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은 디성센터의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대부분 즉각적으로 피해촬영물에 대한 삭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플랫폼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후 삭제를 지연하거나 응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피해촬영물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공공기관인 디성센터의 삭제 요청에 대해서는 게시물 삭제 또는 사이트 접속 차단을 반드시 의무화해 불법촬영물의 유포와 피해자 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성인사이트의 불법촬영물 삭제 불응에 맞서 국제협력 업무를 보다 강화해 삭제 조치를 이끌 필요가 있다. 디성센터는 해외 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불응할 경우 호스팅 업체를 찾아내 공략하고, 수사번호와 '불법증명성 공문' 통지 등 적극 행정을 통해 불법촬영물의 삭제를 이뤄냈다. 최근에도 미국 국립아동실종학대예방센터(NCMEC) 등과 협업을 통해 일괄 삭제 성과를 낸 바 있다. 초국적 피해를 동반하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24시간 자동 모니터링 기술과 직접 삭제 요청을 하는 업무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려 일할 수 있는 곳에 인력과 예산, 국제협력 업무가 보장돼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증가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도 온라인 성착취 대응을 강화하는 플랫폼 규제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성범죄 방지에 대한 보다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 보장' 국정과제 기조에 발맞춰 삭제·상담·수사·법률·의료지원 서비스 제공, 디지털 성범죄 특화형 통합상담소 전국 14곳 확대 등 피해 구제에 힘쓰고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온라인 상담채널을 열고, 성착취물을 직접 찾아내는 선제적 모니터링 및 신고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피해자 보호 체계를 촘촘히 하려는 노력과 함께 온라인 상의 성착취 피해가 더는 확대되지 않도록 제도적 노력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바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