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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칼럼] 의대정원 증원 반발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소환한다

[오응환 칼럼] 의대정원 증원 반발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소환한다

기사승인 2024. 02. 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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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객원논설위원
"나는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하고, 내가 배운 의학 지식을 제자들과 공유하겠다.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의료 지식을 신중하게 사용하며,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이로써 내가 선서한 바를 지키겠다. 만일 이를 어기게 된다면 그 반대로 행동하겠다." 학창시절 의사가 꿈이었던 필자의 친구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며 종종 이야기한 내용 중 일부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마치 국민의 생명을 가운데 두고 마주달리는 기관차와 같은 모습이다. 갑자기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생각 난 까닭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소아청소년과 부족에 따른 소아과 오픈런, 지방 근무 회피에 따른 지역 간 의료 격차 심화 등 필수의료 공백 사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정부의 결단이라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판단에 따르면 2035년 부족한 의사 수는 약 1만명이다. 정부는 여기에 5000명을 더한 1만5000명을 부족 의사 수로 보고 19년간 3058명에 묶여 있던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해 부족한 의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응급상황에서의 적기 치료, 초고령 사회의 다양한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료현안협의체와 회의에서 의대정원 문제를 28여 차례 논의를 해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정부는 2000명 증원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최혜영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119 재이송률 건수는 37,218건이고 그 이유로 전문의 부재가 31.4%를 차지했다. 이송자 중에는 의식이 멀쩡한 채로 구급차에 탔으나 병원(전문의)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또한 국민의 다수가 증원에 찬성하여 의대정원 증원에 당위성이 있다 하겠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의사(한의사 포함)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평균 3.7명의 70% 수준이다. 우리보다 적은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그런데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적정 증원수를 350명으로 본다.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했던 의대정원 증원 숫자다. 대한의사협회(KMA)는 현재도 의료 접근성은 최상위 수준으로 연간 1인당 외래진료 횟수 15.7회는 OECD 1위라는 숫자를 강조한다.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전공의가 20일 현장에서 떠나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 시 면허정지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빅5병원 진료진의 30%를 차지하는 전공의의 현장 이탈은 긴급 수술이 필요할 때 정상적 진료가 곤란하다는 의미다. 당장 생사를 결정할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런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결 속에서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피눈물을 흘리는 국민만이 생겨날 뿐이다. 의료계는 오직 의사의 윤리에 기초하고,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닌 국민의 건강과 생명 지키기를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을 주문한다. 양자가 대승적 차원에서 임할 때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승자가 될 것이다.

훌륭한 의사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련을 할 여건의 마련이 필수다. 급격한 증원으로 만에 하나 부실한 의료인이 배출된다면 이는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4대 개혁 패키지 중,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정책은 의료계가 피부로 느끼게 보다 꼼꼼히 설계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밝힌 군(軍)병원을 포함한 응급의료 체계 준비에도 더욱 만전을 기해주었으면 한다. 부디 이번 문제가 정부와 의료계 양측 모두 윈-윈으로 조기에 끝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오응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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