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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싱가포르 하늘 수 놓은 항공기 절반은 국산

[기고] 싱가포르 하늘 수 놓은 항공기 절반은 국산

기사승인 2024. 02. 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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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에어쇼 2024' 참관기
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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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싱가포르 에어쇼 2024'가 싱가포르 창이 전시센터(CEC·Changi Exhibition Centre)에서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에어쇼에서는 블랙이글스를 비롯해 역대 가장 많은 외국 비행팀이 참가하고, 50개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전시에 참가한다. 이번 에어쇼는 코로나로 인한 2022년 에어쇼에 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비즈니스 방문객은 약 5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1981년 아시안 항공우주(Asian Aerospace)로 시작했으며, 1991년부터 '창이 국제 에어쇼(Changi International Airshow)'란 명칭으로 2006년까지 총 13회 개최했다. 2008년도에는 싱가포르 에어쇼 2008로 명칭을 바꾸고, 전시장 위치를 창이국제공항 바다 쪽으로 이동하여 개최했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CEC를 관리하고 총체적인 행사를 계획, 조직 및 관리하는 엑스페리아(Experia)가 주최한다.

30만㎡(약 9만 750평)에 이르는 싱가포로 에어쇼장에는 냉난방 시스템을 갖춘 4만㎡(약 1만 2100평)의 최근 건설된 CEC가 있으며, 10만㎡(약 3만 250평)의 야외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세계 100위권의 항공업체 90%가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에어쇼다.

'싱가포르 에어쇼 2024'는 한국의 블랙이글스를 포함해 6개국의 공군 비행팀과 2개의 항공기 제조업체 등 총 8개 팀이 공중시범 비행에 참가하고 있다. 공군 비행팀은 한국의 블랙 이글스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주피터(Jupiter), 오스트레일리아의 룰렛(Roulettes), 인도의 사랑(Sarang), 미국 폭격기 팀 등이다. 미 공군 팀은 B-52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fortress) 2대가 22일에 에어쇼장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을 수행했다. 항공기 제조업체로는 대형 여객기인 A350-1000를 제작한 에어버스와 보잉 737과 잠재적인 경쟁 여객기인 C919를 제작한 코맥(COMAC·Commercial Aircraft Corporation of China, Ltd.)이 참가했다.

올해 싱가포르 행사 일정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수놓은 비행기의 절반정도가 한국에서 생산한 비행기라는 것이다. 한국 공군의 블랙이글스 T-50B 8대와 인도네시아 공군의 주피터 곡예팀의 KT-1B 6대가 싱가포르 하늘을 장악했다. 공중시범 비행에 참가한 총 31대 비행기 중 14대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제작한 것이다.

이번 에어쇼에서는 블랙이글스(Black Eagles)의 곡예비행이 가장 많은 찬사를 받았다. 블랙이글스는 1953년 F-51 무스탕 4대로 창설한 한국공군의 특수비행팀이다. 그해 국군의 날 행사로 사천비행장에서 편대 및 특수비행을 하면서 시작됐다. 1966년 F-5A 기종으로 변경했다. 이때부터 조류의 왕인 '독수리'와 위엄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택해 '블랙이글스'라는 부르기 시작했다. 2009년 에어쇼부터는 노후화된 A-37 기종을 국산 초음속 항공기인 T-50B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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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전시회 기간 KAI 전시관을 방문해 국산항공기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수출을 측면지원했다. 이들은 편대장 이상의 자격을 갖춘 전투기 조종사 중에서도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다. 블랙이글스 조종사가 되려면 전투 조종사로서 많은 비행 경험은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기존 팀원들의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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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기로 구성된 블랙이글스는 승리를 상징하는 빅토리 기동 등 다양한 특수기동을 선보였다. 블랙이글스의 T-50B는 T-50의 파생형 기체로 에어쇼를 흥미있게 볼 수 있도록 내부에 연기 분사 장비와 주날개 양쪽 끝단에 비지블 라이트(Visible Light)를 장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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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는 싱가포로 하늘에서 정상 비행과 배면비행을 하며 관람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했다. 비행기가 배면 자세로 비행할 때에는 볼록한 면이 아래로 향해 양력이 떨어지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해 기수를 하늘 쪽으로 드는 받음각을 주어 부족한 양력을 보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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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에어쇼장을 메운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탄성을 불러일으킨 블랙이글스의 기동은 서로 마주치면서 충돌할 듯 교차 비행하는 장면이었다. 순식간에 지나치므로 찍기 어려운 사진이지만 이번 싱가포르 에어쇼장에서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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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스는 4대 편대가 사각 형태의 모양으로 진입한 후 2대씩 서로 엉켜 충돌할 듯 교차하는 볼텍스(vortex·소용돌이) 기동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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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군 곡예비행팀 주피터(Jupiter)는 KAI가 생산한 국산항공기기 KT-1B 6대로 에어쇼를 펼쳤다. 주피터가 운용하는 KT-1B는 한국이 처음 외국에 수출한 터보프롭 훈련기다. KT-1B는 국산 훈련기인 KT-1의 파생 기종으로 인도네시아 공군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개조한 훈련기다. 이 훈련기는 선회반경이 짧고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어 곡예기처럼 싱가포르 상공을 한껏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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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는 블랙이글스의 곡예비행과 유사한 정상과 배면비행도 선보였다. 보통 곡예기의 날개는 물속을 헤엄치는 송어처럼 유선형으로 생긴 대칭 에어포일(Airfoil, 날개를 자른 단면) 형태로 설계한다. 곡예기가 거꾸로 뒤집혀서 비행해도 정상적인 자세에서의 양력계수와 마찬가지로 크게 작용하도록 한 것이다. KT-1B는 대칭 에어포일을 택하는 곡예기로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면 자세에서 충분한 양력을 얻기 위해 하늘 쪽으로 기수를 들어 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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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의 룰렛(Roulettes) 곡예팀 역시 정상 및 배면, 측면 비행 등을 싱가포르 창이공항 상공에서 펼쳐보였다. 룰렛 팀은 스위스의 필라투스 항공사(Pilatus Aircraft)가 생산한 PC-21 터보프롭 훈련기 6대로 공중시범을 보였다. PC-21 훈련기는 1999년 개발하기 시작해 2002년 첫 비행을 했으며, 2008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에서 크로스오버(교차)와 하트 그리기, 정상 및 배면비행 등 다양한 곡예 기동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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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군의 사랑(Sarang) 곡예비행팀은 아찔한 교차비행을 보여줬다. 이 팀은 2003년 결성된 헬리콥터 곡예비행 팀으로 4대의 다목적 경량 헬리콥터(ALH·Advanced Light Helicopter)로 운영한다. 힌두스탄 항공사(HAL·Hindustan Aeronautics Limited)에서 개발한 5.5t급 헬리콥터로 드루브(Dhruv)란 명칭을 갖고 있다. 곡예팀 명칭인 사랑은 인도의 국조(national bird)인 공작(peacock)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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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군의 사랑 팀이 4대의 드루브 헬리콥터로 서로 엉커 있는 아찔한 곡예비행을 선보일 때는 관람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인도 국영항공사(HAL)가 개발한 드루브(Dhruv)는 2002년 인도군에 배치됐다. 2022년 기준 335대가 생산됐으며 그중 일부는 네팔, 터키, 에콰도르 등에 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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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어쇼에서 싱가포르 공군은 F-15SG 전투기와 AH-64D 아파치 공격 헬리콥터를 투입해 단독과 공동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단독으로 각각 4회의 기동을 펼치고, 공동으로 4회의 기동비행을 수행해 총 12회의 기동성과 정밀도를 보여 줬다. F-15SG 전투기가 단독으로 급상승하기도 했고. 아파치 헬리콥터가 가파른 나선형태를 그리면서 강하하는 동안 F-15SG가 그 주위를 선회하면서 올라가는 2대 협동 기동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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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어쇼에 비행 시범을 보인 에어버스 A350-1000은 우아함과 효율성의 조화를 보여주었다. 이 장거리 광폭(wide-body, 객실 내 복도가 2줄인 동체) 여객기는 에어버스의 A350-900 동체보다 7m 더 길며, 350~410명의 승객을 탑승하고 1만6000km를 날아간다. 타사 경쟁 항공기보다 연료를 25% 적게 소비하여 비용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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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Commercial Aircraft Corporation of China, Ltd.)에서 제작한 코맥 ARJ(Advanced Regional Jet)21의 비행도 관심을 끌었다. 중국에서 면허 생산된 맥도넬 더글러스 MD-90과 유사한 기체형상이지만 중국에서 최초로 독자 개발한 제트여객기다. 이 여객기는 78~90명이 탑승하며, 항속거리가 3900㎞로 보잉 737-900의 5800㎞보다 짧다. ARJ21은 2002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08년 첫 비행을 하고 2014년 12월 중국 민간항공국(CAAC)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미국 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을 받지 못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6년 청두 항공(Chengdu Airlines)은 국내 노선에만 투입해 운항하기 시작했으며, 현재에는 ARJ21을 28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996년 한국과 합작 100인승 중형 여객기 개발사업을 결렬시키고 독자적으로 ARJ21과 C919 여객기를 개발했다. 중국과 함께 민수기를 개발하려했던 한국을 30년이 지난 지금 중국과 비교할 때 아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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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독자 개발한 C919는 중국을 벗어난 국제무대인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처음으로 비행했다. C919는 중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COMAC이 설계 제작한 상업용 협폭(narrow-body, 객실 내 복도가 1줄인 동체) 여객기다. 이 여객기는 158~192명의 승객을 탑승시키며, 항속거리는 4139~5576㎞다. C919는 좌석수와 성능면에서 에어버스 A320 네오 및 보잉 737 맥스 여객기와 유사하므로 잠재적 라이벌인 셈이다. C919는 아직 미국 연방항공청(FAA)와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을 받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 비행을 할 수 없다. C919는 2008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7년에 첫 비행을 했으며, 2022년 중국 본토(CAAC)에서만 인증을 받았다. 중국동방항공이 2023년 5월부터 국내에서만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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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실내 전시관에서 FA-50 경공격기가 무인기를 거느리고 있는 장면을 선보였다. 이처럼 유인기와 무인기가 하나의 팀으로 묶어서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anned-Unmanned Teaming)를 멈티(MUM-T)라고 부른다. 이것은 5세대 전투기가 스텔스 성능을 위해 무장능력이 제한된 것을 여러 대의 무인기로 편대를 만들어 분산 장착하겠다는 6세대 전투기 개념이다. 미래 전투기인 6세대 전투기 중 일부를 모듈화된 조종석을 제거해 무인 전투기로 전환하는 것이다. KAI는 전투기 KF-21, FA-50, 소형무장헬기(LAH·Light Armed Helicopter) 등 멈티 모형을 전시하고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 참관을 통해 한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실물 전시 및 시험비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차후에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일 때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아시아 최대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전시회로 격년제로 짝수년 2월에 개최된다. 다음 싱가포르 에어쇼는 2026년 2월 3일부터 8일까지 창이공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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