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윤현정의 컬처&] 글로벌 K-아트 ‘고전예술’에 관심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atooauto.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2501001262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25. 18:06

피아노 연주하는 임윤찬<YONHAP NO-2338>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애플 명동점에서 열린 '애플뮤직 클래시컬' 앱 론칭 행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연합
세계인이 즐기는 고전예술인 클래식 음악과 미술은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클래식 거장인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등 유명한 음악가는 모두 유럽 출신이며,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듯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과 비싼 그림들 역시 대부분 프랑스와 미국 화가들의 작품이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지구촌 예술의 중심은 20세기 이전 프랑스에서 20세기 이후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품은 대부분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14~16세기 르네상스시대 예술가와 반 고흐,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등 19~20세기 초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현대미술 걸작은 앤디 워홀,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 20세기 이후 미국 화가들의 작품이다. 이렇게 보면, 가장 뛰어난 예술가는 그의 타고난 천재성만으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시대적 문화와 강력한 예술사조, 국가적 차원의 경쟁력과 함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우리 대한민국 콘텐츠는 어느 수준에 위치해 있을까? 정확히 얘기하면 지난 2010년 이후 세계 대중 문화계에 코리아 콘텐츠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원더걸스를 필두로 빅뱅, 2NE1, 블랙핑크, BTS 등 K-팝이 잇따라 빌보드 신기록을 경신했고, 2002년 취화선이 칸 영화제 본상 부문을 최초 수상한 쾌거를 시작으로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2007년 밀양,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국제 영화계에서 국산 영화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OTT를 통해 전 세계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전세계 141개국 1위', '오늘도 사랑스럽게 OTT라쿠텐 93개국 1위', '완벽한 결혼의 정석 74개국 1위' 등 K-드라마가 지구촌 곳곳으로 수출되며 1위에 등극하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바야흐로 K-콘텐츠의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제작시스템, 기획 및 제작사의 경쟁력은 이제 모두가 인정할 만한 넘버원 수준이 되었다.

반면에 화제를 예술계로 돌리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까? 한마디로 아직 성장성이나 여러 지점에서 매우 미미한 수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나라에서 나온, 매우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예술과 대중문화의 차이는 무엇이고, 성장성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대중문화(大衆文化)는 말 그대로 대중매체를 기반으로 혹은 대중이 중심이 되는 문화로 볼 수 있다. 바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전제로 하기에 상품화·획일화 경향이 있으며,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에 반해 고전예술은 오랫동안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되는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뜻한다. 즉 클래식(Classic)은 단지 고풍(古風)스러움을 넘어 영원성을 지닌 예술작품을 상징한다. 이러한 고전예술은 비실용적이며 '미(美)의 창조에 관한 예술'로 순수예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대중문화는 '투자&이익'이라는 '자금&경제' 논리로 빠르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반면, 당장의 경제이익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고전예술은 업(業)으로 삼는 것이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2023년 GDP순위 13위, 1인당 GDP 3만2000달러. 광복 이후 상당기간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는 2000년대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고,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일류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즉 가장 시급한 '경제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면, 코리아의 정체성을 더욱 단단히 하고 국민의 긍지와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육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나라는 프랑스(세계관광기구 전 세계 관광객 유치 순위),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 역시 프랑스 수도인 파리(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Top 100 City Destinations Index 2022)로 나타났다. 세계인이 향유하는 '예술의 힘'을 보유한 프랑스의 관광 경쟁력을 볼 때 수백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고전'이 갖는 힘이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류로 검증된 콘텐츠 창작의 심미성과 예술성,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과 문화예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모두의 성원이 필요한 때다.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