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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시장의 힘 보여준 美 ‘민간’ 우주선의 최초 달 착륙

[김이석 칼럼] 시장의 힘 보여준 美 ‘민간’ 우주선의 최초 달 착륙

기사승인 2024. 02.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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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미국의 민간 항공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즈'가 개발한 무인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22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한 이래 52년 만에 국가가 아니라 아직 우리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민간 기업이 달에 탐사선을 보내 달 표면에 무사히 착륙했다. 1972년 당시로는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 스티븐 알테무스는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한 방송을 통해 "우리는 달 표면에 있고, 신호를 송신 중"이라면서 "달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감격을 전했다.

사실 우주개발과 관련한 기술들 속에는 미사일 발사 등과 같은 국방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것들이 많고 또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그 상업적 이용은 보통 너무나도 제약이 많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분야들은 대개 국가가 나서는 것이 보통이고 막대한 재원을 동원할 능력을 가진 국가라고 해도 손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달 착륙은 미국, 소련, 중국, 최근에는 인도가 성공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민간기업이 탐사선의 달 표면 착륙에 성공했다고 하니 지금과는 다른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디세우스의 성공은 순전히 민간 기업의 역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민관협력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상업용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 프로젝트를 진행한 덕분에 민간업체들이 달 탐사에 앞다투어 나설 수 있었다고 한다. NASA는 이 회사에 달 탐사용 장비 배송 업무를 맡기기 위해 총 1억1800만 달러(약1500억원)를 지불하는 등 '시장'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여타 산업들에서는 규제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옥죄는 방향으로 갔던 것과는 반대로 우주산업에서는 "다른 방향으로 갔었다"는 사실이다. 라이너 지텔만 박사("Reagan's Free-Market Moon Shot" Wall Street Journal, 2024.2.13.)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레이건 대통령은 1984년 상업우주발사법(Commercial Space Launch Act)에 서명해서 민간기업이 우주와 우주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부시·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우주정책국장을 지낸 피터 마르케스(Peter Marquez)는 "레이건의 우주정책 사본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우주분야에서도 영리산업의 힘을 믿는 정책을 펼쳐나갔다고 한다.

지텔만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의 선도로 현재 세계 우주부문에는 수천 개의 민간회사가 있고,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은 2980억 달러를 1832개 독자적인 우주 회사에 쏟아 넣었다고 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로 3가지를 들었다. 국방과 치안 그리고 공공사업과 공공시설의 유지가 그 3가지다. 이 3가지를 제외하고는 민간시장의 자율에 맡기면 된다고 보았다. 그런 스미스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우주개발은 정부가 맡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스미스조차 오늘날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의 성공 소식을 듣는다면, 아마도 그의 생각을 일부 수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 어떤 정부보다도 '민간의 창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정부다. 그렇다면, 우주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민간기업의 우주개척의 길을 열었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다. 모험심 가득한 투자가 비록 그 분야는 다르더라도 과거에는 민간의 영역이 아니었다고 여겨졌던 부분, 예를 들면 교육 등에 우리나라도 활발해지도록 길을 열어주는 정책과 같은 것들이 나와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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