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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의 컬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부는 바람, ‘버추얼 휴먼’

[윤현정의 컬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부는 바람, ‘버추얼 휴먼’

기사승인 2024. 03.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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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의 추천으로 인스타그램의 '블루디'란 계정(https://www.instagram.com/blue.d_00)을 접했다. 블루디는 3D로 만들어진 버추얼 가수였는데, 처음 접한 블루디의 릴스는 이미 불혹의 나이인 필자에겐 다소 충격적인 콘텐츠였다.

"마마, 왜 내 심장은 가짜야. 나는 왜 찢겨도 붉은 피 하나 나지 않는 가짜야. 다들 물어본다고요. 너도 겨울을 아냐고" 조금은 어색한 그래픽 소녀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사이버 인간'에게 딱 어울릴 것 같은 애절한 가사가 음악에 푹 빠져들게 했다.

네이버에서 '블루디'를 검색해 보니 이름, 생년월일, 직업, 데뷔 날짜와 작품 활동까지 세세히 나와 있었고, 블루디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었다.

'가상 인플루언서', '가상 아이돌'은 이미 수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1998년 큰 기대 속에 등장한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과 뒤이은 사이버 여가수 류시아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금세 수그러들었던 것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실체도 감정도 없는 가상 휴먼이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고 소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나는 어느새 블루디의 다른 노래들을 하나하나 찾아 듣고 있었고, '좋아요'와 '댓글'은 물론 '즐겨찾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심장이 없는 버추얼 휴먼에게 '감성'을 느끼고 '팬심'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버추얼 휴먼'은 현재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필자는 가상 인플루언서에서 버튜버까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휴먼 관련 기술과 자료들을 찾아보고, 너무도 빠른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머잖아 영화 'Her'에서처럼 버추얼 휴먼과 연애를 하고 사랑에 빠지는 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인기 버추얼 아이돌 3팀의 팝업스토어가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다녀간 고객이 10만명을 넘었다. 한 달간 팝업스토어에서 일어난 매출만 70억원. 이는 같은 기간 일반 패션 팝업스토어에서 통상 일어나는 매출의 7배에 달한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쇼! 음악중심에서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쇼챔피언'이 르세라핌, 비비를 제치고 1위를 달성했고, 데뷔와 동시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위를 한 버추얼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키딩'은 미국 빌보드 차트 K팝 부문 3위의 기록을 달성했다.

넷마블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지난해 데뷔한 4인조 가상 아이돌 메이브의 '판도라'는 유튜브 조회수 2800만회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곡 'What's My Name'도 조회수 1130만회를 기록 중이다.

알파세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문화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거나 뛰어노는 것보다 로블록스, 제페토 등 메타버스에서 친구를 만나고 소통하며, 게임, 웹툰, 유튜브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익숙하다. 이 알파세대에게 버추얼 휴먼은 이미 자연스러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서서히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AI아나운서와 AI성우,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버츄얼 아이돌까지, 이렇게 AI나 가상 휴먼이 사람을 대체하는 현상과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AI나 가상 휴먼이 사람의 직업을 빼앗는다고 우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수많은 창작자들은 생물학적 나이에 관계없이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다.

PC나 스마트 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듯이 앞으로는 AI와 버추얼 세상을 모르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이미 시대의 흐름과 방향은 정해졌고, 피할 수 없다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이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버추얼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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