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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전쟁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C4I 체계 개발의 필요성

[이기성 칼럼] 전쟁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C4I 체계 개발의 필요성

기사승인 2024. 04.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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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전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무기체계가 전쟁의 시공간적 범위를 확장시키고 전쟁수행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며,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다영역작전(MDO)이다.

미군이 창출한 다영역작전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같은 작전환경의 변화와 중국의 A2·AD(Anti-Access·Area Denial 반접근·거부) 전략에 대응하는 위협인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다영역작전은 지상, 해상, 공중, 사이버, 우주뿐만 아니라 전자기스펙트럼과 정보환경을 포함하는 공간에서 적에게 딜레마를 부과하면서 적의 강점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개념이다. 이는 센서, 결심권자, 타격요소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동시통합성을 달성하여 혁신적 전투력을 창출하는 네트워크중심전(NCW) 개념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2028년까지 1개 전역에서 다영역작전 수행능력을 구비하기 위하여 장거리 정밀화력, 차세대 전투차량, 미래 수직 이착륙기, 육군 네트워크, 공중 및 미사일 방어, 전투치명성(한국 워리어플랫폼과 유사)을 '6대 최우선 과제(Big 6)'로 선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Big 6 전력화를 주도하는 전문조직으로 민·관·학·연의 연구조직과 연계하여 교차기능팀(CFT)을 운용하며 능력 확충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군(軍)은 2024년 자유의 방패(FS) 연습을 통하여 북한 핵 위협 대응과 다영역작전 수행능력을 숙달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다영역작전을 위한 준비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상하 모든 제대들이 다영역작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칫 말로만 주장하는 구호성에 그치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기우이기를 바라며 우리 군이 간과하는 것은 없는지 엄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미군의 다영역작전 개념 구현을 위한 Big 6 전력화를 우리와 비교하면서 주목할 점은 바로 '육군 네트워크(Army Network)'다. 한국군도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위한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유사한 전력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 군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네트워크 분야다. 미국 육군 네트워크는 광활한 지형에 분산된 부대들의 지휘통제를 통합하고, 다영역작전을 위한 공동의 상황인식과 이동성, 신뢰성이 보장된 통합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2024년까지 육군 네트워크 전력화에 125억 달러를 할당하여 추진하고 있다.

군의 네트워크는 C4I 체계로 구현이 된다. C4I 체계는 지휘(Command)·통제(Control)·통신(Communication)·컴퓨터(Computer)·정보(Intelligence)의 5대 요소를 자동화해 전장(戰場)을 한눈에 보면서 전력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 전장관리체계이다.

우리 군의 C4I 체계는 해군과 공군은 플랫폼 중심의 군대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중심으로 통합된 C4I 운용이 용이하지만, 육군은 사람이 중심으로 다양한 제대와 기능이 복합적인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지휘통제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육군의 최대문제는 지상작전을 위한 단일 C4I가 없다는 것이다. 육군은 작전사급에서는 합동 C4I를, 군단급 이하 제대는 전술 C4I를 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단은 예하부대를 전술 C4I로 지휘하고, 상급부대와는 합동 C4I로 작전을 수행하는 이원화된 지휘통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군단에서는 전술 C4I로 예하부대 상황을 보고받고, 합동 C4I에 다시 입력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간혹 야전부대에서 상황보고 지연되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러한 시스템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다영역작전을 위해서는 작전의 지휘통제 주기(OODA Loop)가 기존의 순차적인 개념에서 동시통합이 돼야 한다. 오늘날의 모자이크전, 유·무인복합전투는 기존보다 다양한 노드를 필요로 하고 새로운 방식의 지휘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C4I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의 전력화계획은 다영역작전 수행을 고려하여 소요를 결정하고 있지만 작전수행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새로운 C4I 체계 개발 노력이 아쉽다. 지난해 12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저궤도 위성을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한 C4I 체계 전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다영역작전은 전 영역의 역량을 통합하고 교차 영역의 시너지와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영역의 역량을 동시 통합하기 위한 융합(convergence)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 C4I 체계이다.

다영역작전에 필요한 C4I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을 창출하는 군사혁신의 관점에서 기존의 운용체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C4I 체계를 구상해야 한다. 두 번째는 다영역작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문성을 구비한 작전운용 경험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미 육군은 Big 6 전력화를 위한 교차기능팀(CFT)에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투 경험자를 편성하여 실제 전투수행에 적합한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민간의 최신 기술과 개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IT 강국이다. 불과 몇 년 주기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면 군에서 필요로 하는 C4I 체계는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절차를 중시하는 군 주도 개발보다는 급속한 기술의 발전을 기민하게 반영하는 민간의 개발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효과적인 다영역작전 수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쟁수행방식에 최적화된 혁신적인 C4I 체계 개발이 필요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기성(前한미연합사 부참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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