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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헬기추락은 기술결함”… 이란, 원인에 美제재 지목

“대통령 헬기추락은 기술결함”… 이란, 원인에 美제재 지목

기사승인 2024. 05.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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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212 초기모델, 50년 전 생산기종
IRNA "부품 못 구해 사고 발생"
美 "악천후서 비행결정한 건 이란"
IRAN-SECURITY/USA-PENTAGON <YONHAP NO-0971> (via REUTERS)
20일(현지시간)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자간 산악지대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리콥터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로이터 연합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해 이란 국영 언론 IRNA가 사고 원인으로 기체의 '기술적 결함'을 언급했다.

IRNA는 20일(현지시간) 라이시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라이시는 지난 19일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 정유공장으로 복귀하던 중 기술적 결함(technical failure)으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해당 매체는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탑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해당 헬기가 수십 년 전 도입된 노후 기종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 소속 군사 전문가 세드릭 레이턴은 "1976년 벨-212 헬기가 상업적 형태로 처음 (이란에) 도입됐다"며 "그전에는 미군이 사용했기 때문에 이 기종이 실제 운용되기 시작한 건 이르면 1960년대 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헬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리라 방송에 따르면 1979년 제재가 시작된 이후 이란은 미국 부품이 10% 이상 사용된 항공기나 항공기 부품을 수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항공기 유지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해 2019년 기준 총 300대의 여객기 중 절반가량인 156대만 비행이 가능한 상태였다. 또 수리가 잦다 보니 비행기 티켓 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2015년 미국과 핵협상이 시작되면서 제재가 풀렸지만 2018년 트럼프 정부가 핵협상을 중단하고 다시 제재가 시작됐다.

AP통신은 항공우주 컨설팅 기업 에어로다이나믹 어드바이저리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매니징디렉터가 "이란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부품을 암시장에서 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암시장에 많은 부품이 있지만 벨-212는 매우 오래된 기계"라고 설명했다. 부품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이란에 등록된 벨-212는 15대며 해당 기체의 평균 연식은 35년이다. 초창기 모델은 생산된 지 50년이 넘었을 수 있다.

IRNA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을 지목했다. 그는 "미국은 항공업계가 이란에 부품을 판매하는 것을 제재해 대통령과 그 일행의 순교를 초래했다"며 "미국의 범죄는 이란 국민의 마음과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악천후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결정의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며 "다른 어떤 행위자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이란 측의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사고의 원인은 현재 적어도 우리에게는 불명확하다"고 맞받았다. 그는 "안전 문제는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며 그 같은 주장에는 근거가 없지만 이란 정권이 미국을 탓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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