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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칼럼] 국세청장이 불러일으킬 국세공무원 士氣가 국가경쟁력이다

[대기자 칼럼] 국세청장이 불러일으킬 국세공무원 士氣가 국가경쟁력이다

기사승인 2024. 06. 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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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환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미국 국세청(IRS)은 백악관 이스트윙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하고 있다. 미 재무부 산하 외청인 IRS는 미국인과 미국 내 소득 활동 외국인 거주자들에 대한 납세 정보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다. 출입국자의 동향을 꿰고 있는 관세청(CBP)도 백악관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백악관이 IRS와 CBP를 지척에 두고 있는 것은 두 기관의 중요성 때문이다. IRS는 납세자의 재산 상황 등을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핵심 측근이 청장을 맡는 게 보통이다.

국세청은 검찰·경찰과 달리 '앉아서' 개인·법인의 모든 납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사법당국보다 더 막강하다고 하겠다. 사법당국이 사건의 인지에 애써야 하지만, 국세청은 세금 신고 내용만 잘 분석해도 납세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국세청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가까운 357조원의 국세를 징수한다. 중요성으로 말하면 국가기관 중 으뜸이다. 유능한 청장과 구성원들이 정부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면서 세정을 펼친다면 대통령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중소기업 육성이나 청년 일자리 창출, 복지 향상 등 주요 국정을 수행하는 데에는 넉넉한 세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경쟁력 제고, 남북통일 대비 등 국가 장래의 흥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관이기도 하다.

총선이 끝나고 제22대 국회가 문을 열자, 권력기관들의 차기 리더 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차기 국세청장에 대한 후보군을 고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국세청장의 경우 '임기제'가 아니므로 김창기 청장의 경우 재임 2년이 되어도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는 없다. 바꾸느냐 그대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있다. 다만 취임 2년이 되는 6월이 시작되면서 유임인가 혹은 차기 청장의 취임인가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오가고 있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대통령을 둘러싼 많은 잡음 등 정치권 안팎에서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 국세청장이 유임하면서 국세청 분위기를 쇄신하는 편이 좋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세청장은 국세청 구성원의 전문성과 자부심, 사명감, 청렴성, 애국심 등을 고취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내부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의 확고한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인과 법인의 경영 의욕을 직간접적으로 높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

국세청 구성원은 무려 2만여 명에 달한다. 국가기관 중 구성원이 많은 곳 중 하나다. 세무공무원들은 세수 부족 예측 시 세무조사를 통해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태생적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세금 신고 내용을 상시 파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세원 정보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국세공무원들의 태도에 따라 국가 운영의 기반이 되는 세수가 크게 영향을 받기에 국세청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 공무원이 경제 발전에 따라 증원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세청 담당 세수의 95% 이상은 신고 납부를 바탕으로 한다.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세금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는 구조다. 국세공무원들이 앉아서 세금 신고만 받는 등 수동적 자세를 취하면, 납세자들이 성실신고를 외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국세공무원들이 발로 뛸 때 납세자들도 성실신고를 하게 된다.

국세청 구성원들은 이전에는 타 부처 공무원들보다 두 계급 높게 봐주어야 할 정도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지방공무원이 되려고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채용시험 합격점이 관세청보다 14점 낮기도 하다. 이는 과도한 업무와 세수 확충 압박감 탓이리라 짐작된다.

국세청 구성원들이 세정 업무에 전념하도록 여건이 정비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3명의 국세청장이 뇌물죄로 물러났다. 그 이후 보신에만 신경 쓰는 청장들이 취임하면서 조직이 활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국세청장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할 것이다.

국세청은 하위직에서 시작하는 공무원이 99%에 달한다. 국세청 근간을 이루는 이들이 국세청의 힘이고 경쟁력이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사기 진작 대책과 관리가 없다면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하위직원 사이에서는 요즘 △승진이 어렵다 △업무가 어렵다 △타 부처 공무원보다 수당이 적다 △국가직이라 전국 아무 데나 발령을 받을 수 있어 주거 안정성이 흔들린다 △젊은 공무원들은 일 없고 일 쉽고 급여 높고 야간 업무 없는 부처 선호 등 불만이 잠재해 있다.

여기에 더해 행정고시 출신들이 능력에 상관없이 고위직으로 빠르게 승진하는 것을 하위직들은 못마땅해한다. 그들이 초고속 승진 과정에서 실무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조직 장악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장 행시 기수가 너무 낮아 대외적으로 국세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국세청장을 중심으로 국세청이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가 운영을 위한 안정적 세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충실히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성환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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