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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측 “사실상 100배 왜곡…판결경정으로 해결 못 해” (종합)

최태원 측 “사실상 100배 왜곡…판결경정으로 해결 못 해” (종합)

기사승인 2024. 06. 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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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 지적 후, 재판부 판결문 수정
"원심판결 오류 스스로 인정한 것"
"SK C&C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 오류,
1조3000억대 재산 분할에 결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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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상고 결심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박상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항소심 판결 중 '치명적인 오류'라고 지적한 대목을 항소심 재판부가 받아들여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지만 주문은 고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본 사안은 판결경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 밝히면서 대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은 상고심에서 항소심의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지만, 이날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한 것만으로도 남은 상고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이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이다. 숫자에 결함이 있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고,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이 결정됐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우선 대한텔레콤의 의미부터 살펴야 한다. 대한텔레콤(현 SK C&C)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최 회장 측은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된다고 보고 있다.

17일 최 회장 측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같은 해 11월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액면분할은 2007년 3월 1대 20의 비율로, 2009년 4월 1대 2.5의 비율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회사 성장에 대한 기여 부분에 대한 근거를 들면서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 추이를 들었다. 항소심 계산에 따르면 최 회장이 최초 취득한 1994년 11월 당시 가치는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은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은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최초 주식을 취득한 시점에서 선대회장의 별세 무렵까지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는 12.5배 성장하고, 별세 무렵에서 SK C&C 상장까지는 355배 성장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대해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는 회사 성장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완전히 뒤바꾸는 주장이다. 최 회장의 최초 주식 취득 시점에서 선대회장 별세 무렵까지는 125배 증가하고, 이 시점에서 다시 SK C&C 상장까지는 35.5배 성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 회장의 기여가 크다는 바탕 아래 그를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이 인정돼 재산 분할 비율이 달라진 만큼 전제 자체가 잘못 계산됐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 오류에 기반해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반대로 판단했기 때문에 단순히 숫자를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 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을 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또한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최 회장 측의 주장처럼 1998년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기여분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됐으며,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은 125배로 늘어나게 됐다. 다만 오류가 고쳐졌다고 해서 판결 결과까지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문까지 수정하지는 않았다.

최 회장 측은 곧바로 입장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경정했다는 것은 원심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본 사안은 판결 경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 건의 경우 100원을 1000원으로, 355배를 35.5배로 수정하더라도, 기존 오류를 전제로 해 판단한 수 많은 내용들이 수정될 수가 없다"면서 "항소심은 위와 같은 오류를 전제로, 선대회장보다 최 회장의 기여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자수성가형이라고 봐야한다, 최회장의 기여가 훨씬 높기 때문에 노관장의 내조기여가 높아서 분할비율을 높게 정했다는 취지로 판결문 곳곳에 설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계산 오기가 아니라 판단의 전제가 된 중요한 사항에 큰 영향을 미친 판단 오류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결 경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오류 등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오류는 단순한 숫자의 오기가 아니라 그 오류에 기반해 재산분할 대상 및 분할 비율에 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판결의 전제가 된 주요사실에 대한 오류이므로, 이는 판단내용과 직결되는 것으로 경정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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