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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칼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4. 06. 2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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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회의록은 공개된다. 이 회의록을 보면 현재 원안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원안위원의 상식 수준이 너무 낮아 원자력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을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원안위 사무국이나 사업자가 일일이 설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초보적인 지도'를 요구하면서 회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때에 따라서는 차수를 늘리게 되면서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컨대 어떤 원안위원이 회의장에서 '단조'가 무엇인지를 물은 일이 있었다. 단조는 쇠를 두드려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건 전문용어도 아니고 일반인도 꽤 아는 단어다. 물론 모를 수도 있다. 잠깐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궁금함은 회의장이 아니라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에 묻고 확인했어야 할 것이었다.

인허가 지연이 심의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원안위의 무지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원안위원이 원자력 안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원안위원은 자기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명된 것이니 전공영역 관점에서 심의를 하면 된다.

다만 심의에 요구되는 별도의 지식에 대해서는 원안위 사무국이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원안위 회의 시간이 위원들의 학습 시간이 되는 것은 매우 낭비적인 것이다. 사업자에게는 인허가가 지연되는 것을 의미하고 국민에게는 전기요금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400㎿급 원전이 하루를 가동하면 17억원의 전기가 생산된다. 원전 전기요금이 아니라 한전이 가정에 공급하는 전기요금으로 셈하면 하루에 40억원의 전기에 해당한다. 인허가가 1개월 지연되면 국가적으로 1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런데 원안위 운영이 잘못돼 손실이 발생한다면 다른 문제다.

이에 인허가 지연과 관련해 사업자에 배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려면 원안위 사무처는 원안위원에 대한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 또 원안위원뿐만 아니라 사무국의 공무원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나는 원안위의 현직 공무원이 원자력 안전과 규제에 대해 시험을 보면 낙제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면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알게 된 것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다른 정부부처의 경우에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 규제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상식적 판단으로 처리할 영역이 아니다.

물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기술적 지원을 받기 때문에 원안위 사무국의 전문성 부족이 다소 보완된다. 하지만 전문성 없는 것이 자랑이 되고 정상이 될 수는 없다. 또 원자력안전기술원조차도 모든 구성원이 원자력 안전 규제의 전문가는 아니다. 전문분야별로 해당 기술영역의 전문가다. 따라서 집단지성에 의해서 시스템이 운영되는데 가장 힘이 있고 가장 영향력이 큰 원안위 사무국이 전문성이 없는 것이 결코 국민에게 좋을 일이 아니다.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원안위가 개최되면 설명은 사무국의 몫이 아니라 사업자의 몫이 된다. 회의장이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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