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큐텐 사태’ 기업의 투자 실패도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나

[기자의눈] ‘큐텐 사태’ 기업의 투자 실패도 소비자가 감당해야 하나

기사승인 2024. 07. 25. 16:1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KakaoTalk_20230405_163626543
겨우 보름이었다.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미쳐왔던 큐텐그룹이 판매자 대상 정산 지연으로 그 밑낯이 드러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달 초 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위메프의 정산 지연을 시작으로 촉발된 정산 지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유통산업은 물론, 카드업계 등 산업군으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큐텐의 멈추지 않는 인수 행보로 꼽히고 있다. 실제 그룹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5건의 인수를 진행하며 외연을 확장해나갔다. 즉, 2년간 4~5개월 간격으로 투자를 단행한 셈이다.

그러나 내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유동자산의 5배가 넘는 유동부채를 떠안은 상태로, 당장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자산이 사실상 바닥을 보인 상태였다.

2017년부터 자본잠식이 이어져온 티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4월에 제출했어야야 하는 2023년 사업보고서는 아직도 볼 수 없는데다 2022년 기준 유동부채는 이미 7000억원을 넘어선 상태였기 때문이다. 큐텐그룹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두 계열사에서만 1조원이 넘는 빚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큐텐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애써 모른 척 했던 것일까. 큐텐의 진심이야 알 수 없지만 지난날의 적극적인 투자가 지금의 위기를 만든 것은 엄연히 회사의 책임이다.

문제는 그 불똥이 애꿎은 이들에게 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피해의 최전선은 우선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한 판매자들이다. 회사가 내세운 판매자 우대 정책에 입점을 택한 이들은 지난 5월의 판매 대금 정산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여부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상품의 공급자가 어려워지니 자연스레 소비자도 이번 사태에 휩쓸리게 됐다. 발송 지연은 물론, 여행상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결국 위메프와 티몬은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금액 이외의 피해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큐텐그룹의 정산 지연 사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배울 수 있는, 배워야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기업이 수익 확대를 위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은 오롯이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지난 몇년간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 성장에 몰두하는 '블리츠 스케일링' 전략이 적지않은 기업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전략의 실패가 그 영향을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이번 사례로 충분히 증명됐다.

무리한 확장 전략이 기업과 판매자, 소비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큐텐의 정산금 지연 지급 사태가 성장을 꿈꾸는 다른 기업에게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반면교사'의 사례로 기억되길 바란다.

PYH2024072504570001303_P4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사진 = 연합뉴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