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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그때 그 맛, 사람을 이끄는 힘

[기자의눈] 그때 그 맛, 사람을 이끄는 힘

기사승인 2024. 09. 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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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고 창덕궁 약방에서 차 한잔
지난 7월 17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내 약방에서 관광객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본문과 직접적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이장원
소셜미디어에서는 여행과 관련한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자극의 강도만 극대화한 콘텐츠들이 많지만 때때로 사람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게시물을 만나기도 한다.

이 중에는 2일 현재 557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인 한 '인스타그램 릴스'도 있다. 영상에서 인플루언서 마틴 브라보는 한국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행 가방을 든 채 허겁지겁 어디론가 뛰어 간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안동국시' 식당이다. 마틴 브라보는 이 곳에서 녹두전과 국밥 등을 익살스런 표정과 함께 흡입하면서 음식을 먹는 '깨알 팁'도 알려준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소셜미디어 인기 콘텐츠 중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음식을 먹으러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인플루언서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외국에서 즐겨먹은 음식을 그리워하고 고대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국밥은 그가 한국을 다시 찾은 이유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위 안 먹어볼 수는 있어도 한 번만 먹고 배길 수는 없는 음식인 셈이다. 여행에 따라붙은 가장 식상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 음식은 이처럼 한 나라를 재방문하는 계기가 된다. 웬만한 외국 음식은 자국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본고장의 맛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 와서 바로 먹어야 할 음식으로 국밥이 지목된 것이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식 치킨이나 불고기, 라면 등이 아닌 국밥은 이례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 취향과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해당 안동국시집을 조명한 다른 배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특별하지 않은 음식도 이역만리에 있는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새삼스럽지만 국밥은 한국 여행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해도가 상당히 심화됐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거 한국이 세계를 향해 김치 알리기에 바빴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특별히 알리지 않아도 외국인들 스스로 매우 토속적인 한국 음식까지 찾아 즐기는 수준에 왔다.

국밥은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소소한 전통의 계승이 세계인을 한국으로 불러오는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사회가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먼 길을 날아와 찾는 전통의 맛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몇 해 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마라탕집·탕후루집은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매력을 낮춘 사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 되는 기본적인 작은 가치를 외국인들이 국밥과 같은 음식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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